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여부를 놓고 정부와 극한 마찰을 빚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가 결국 합법적 노조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19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조법 문헌상 해직 교사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 효과가 바로 발생한다"며 "(해직자 가입)으로 교원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훼손되면 학교 교육이 파행을 겪고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전교조는 1500 여 명의 교사가 해고되는 희생을 치르고 합법화된 지 15년 만에 법적 지위를 잃게 된다. 법외노조가 되면 법률에 기초한 각종 지원이 끊기게 된다. 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받던 사업 지원금이 중단. 회수된다. 자동이체 형식의 조합원 회비 납부도 중단된다. 무엇보다 노조 전임자 78명이 일선에 복귀하게 되어 향후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9년 전교조가 창립된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느낌이다.

앞서 같은 행정법원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고용부 처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본안에선 법적 근거를 들어 판단을 달리했다. 해직된 교사에게 조합원 지위를 부여하는 전교조 규약(부칙 제 5조)이 위법이라고 본 것이다. 전교조는 소송을 제기하며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관련 법규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고용부가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제시한 '해고된 사람을 교원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한 교원노조법 2조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노조법 2조도 법률의 위임을 받아 행정부가 법률을 정하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구제의 길도 아울러 열어놓았다. 교원노조법에 맞게 규약을 고쳐 설립신고서를 고용부에 제출하면 3일 내에 다시 합법노조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관의 재량보다 법령에 충실하고자 한 고뇌가 읽혀지는 판결로 생각된다. 교육현장의 안정성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전교조는 판결 후 즉각 항소하고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규약을 고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또한 교원법개정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향후 교육당국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전교조의 해직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 6만 여명 중 9명이다. 전교조로선 핵심 역할을 담당해 온 이들을 밖으로 내모는 행위가 조직 사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조합원 신분 유지라는 방법 이외에 이들에 대한 다른 지원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고용부와 전교조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교사들의 단체가 법치주의의 근본을 훼손한다는 비판 여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에서 전교조 출신의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이후 교육계의 보혁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판결로 그런 갈등이 첨예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들이 가입하고 있는 전교조는 교육정책을 견제. 감시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가는 것은 궁극적으로 교육계로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교조가 이번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 규약을 고치고 정치.이념적 투쟁방식에서 벗어나 창립 취지인 '참교육의 현실'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적극 매진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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