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 확대는 경제에 악역향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토요일인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때 모두가 웃음 지은 것은 아니었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 슬퍼하던 직장인들은 환호했지만, 임시공휴일에도 일해야 하는 누군가는 울상이었다.

이날을 계기로 설·추석·어린이날에만 적용하는 대체공휴일제도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찬반이 갈리는 상황이다.

경영계에서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대체공휴일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으며, 노동계에서는 삶의 질 향상 등을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대체공휴일제 확대에 대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민주노총의 생각을 26일 들어봤다. 다음은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의 의견이다.

◇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우리나라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가 휴일제도 미비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오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차휴가(연간 15∼25일) 사용률은 40.7%에 불과하며, 사용하지 않은 11일은 현금으로 보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공휴일 전면확대는 실익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19대 국회에는 공휴일 법제화, 대체공휴일제 전면시행, 요일 지정제 시행, 어버이날, 제헌절, 노인의 날 공휴일 지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이 총 14건 계류돼 있다.

이러한 법안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발의됐으나,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과 법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주요 선진국 이상으로 근로자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공휴일이 겹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공휴일 수 와 연간 휴일·휴가일 수는 선진국보다 많은 수준이다. 법정 연차휴가를 포함한 우리나라 연간 휴일·휴가일 수는 135∼145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 6개국 평균(131.8∼133.5일)보다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계휴가, 각종 기념일 등 법정 연차휴가와는 별개로 기업 현장에서 제공하는 휴일·휴가제가 많아 실제 선진국 대비 휴일·휴가일수는 더욱 높은 수준이다. 올해 하계휴가 실태조사결과 조사대상 기업(421개사)의 71.3%가 연차휴가와 별도로 평균 4.6일의 하계휴가를 부여했다.

2011년 이후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40시간제를 시행하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했다. 여기에 명절·어린이날에 대한 대체공휴일제를 시행하는 등 노동시장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대체공휴일제를 전면 시행하는 것은 우리 노동시장 현실에 맞지 않다.

또한, 공휴일 법제화가 국제표준에 역행하고, 대체공휴일제 전면시행은 취약계층 근로자의 소득과 일자리를 저해할 수 있다. 공휴일 법제화를 확대하면 기업 경영환경 악화, 일자리 창출 저해, 양극화 심화와 같이 더 많은 부작용이 초래할 것이다.

원칙상 공휴일은 관공서의 휴일로 기업의 휴일과는 무관하지만, 대다수 기업이 공휴일을 약정휴일로 규정하고 있어 공휴일 규정을 개정하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간기업에 휴일을 일괄적으로 강제한다면 기업의 다양한 조업특성과 근로형태와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공휴일을 무급휴일로 규정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급휴일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공휴일이 늘어나면 인건비가 상승하는 등 부담이 매우 크다. 늘어난 공휴일에 근무하면 해당일에 250∼350%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대체공휴일제를 전면 시행하는 것은 대기업 근로자의 근로조건만 향상시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추석에 처음 적용한 대체공휴일제로 9월 10일 휴무한 기업은 70.5%로 이 가운데 대기업이 89.2%, 중소기업이 62.8%로 중소기업의 휴무비율이 대기업보다 낮았다.

대체공휴일제 도입효과가 중소기업에서 낮은 이유는 대기업보다 지불능력이 낮고, 제도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대체공휴일을 전면 시행하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해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일부 공휴일을 요일지정휴일제로 운용하자는 것에도 반대한다. 해당 기념일 제정의 본래 취지가 손상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현충일, 어린이날, 한글날 등의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이유는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념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식 등 행사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현충일의 날짜를 매년 바뀌는 것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추모라는 제정취지에 반하며, 국민의 호국안보의식을 저하할 수 있다. 6.25 전몰 군경의 유족은 사망일을 몰라 6월 6일을 기일로 정해 제사를 지내는 사례가 대다수이다. 어린이날의 경우는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과 중복될 가능성도 있다.

어버이날과 제헌절 등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반드시 공휴일로 지정해 쉬는 것은 그날의 의의를 되새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방법으로 어버이날, 제헌절 등의 참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굳이 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면 현재 공휴일 수를 증가시키지 않는 안의 범위에서 공휴일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