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에 사라진 '민생'…본회의서 법안 상정도 못해

▲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오른쪽), 이언주 의원이 12일 국회 의안과에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반발해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 방침을 12일 확정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찬반 대립이 본격적인 정면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사교과서 문제를 단순한 발행 체계 개편이 아닌 이념 대결과 지지층 결속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어 사생결단의 공방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정화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국정감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예산·법안 심의에 착수한 정기국회는 파행과 공전을 거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지도부 내에서는 이 문제를 예산·법안 심의에 연계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없는 민생 관련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역사 교과서 논란 속에 단 1건의 법안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본회의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 사직 안건과 대정부질문 국무위원 출석요구안만 처리하고 산회하는 '비효율'을 드러냈다. 

여야 양측의 발언 수위 역시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행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를 '친북 숙주'라고 규정하고 나섰고, 새정치연합은 국정 체제로의 개편을 '친일·유신 교과서'라고 비난하고 있다.

13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도 '역사 전쟁'의 결전장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앞두고 대국민 여론전에 당력을 모두 투입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 왜곡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새로운 국정 교과서를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하는 한편, 이번 주 역사교과서 오류·왜곡 사례집을 발간하고 세미나와 공청회도 열어 야당의 대대적 공세에 맞불을 놓기로 했다.

김무성 대표는 "교과서 집필진을 보면 대부분 특정 학교나 좌파집단 소속으로 얽힌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임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시각과 견해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장인 김을동 최고위원은 "현재의 검인정 체제에서는 나쁜 교과서의 관행을 바꿀 묘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친북과 반국가적 사상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들고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 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한 데 이어 이날은 국정화 고시 이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13일부터 문재인 대표를 필두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장외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

또 행정예고 기간 '의견 10만 건 접수운동'과 함께 당 차원의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시민사회와 연계한 촛불집회 개최, 카드뉴스 등 다양한 홍보물 제작 등을 통해 여론전을 벌이고, 행정부의 고시 중지 요구 가처분 신청 법적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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