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서부소방서 연희119안전센터 소방사 한의섭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부산항에서 세관공무원으로 분한 최민식(최익현 역)은 금품 수수와 갖은 청탁을 하는 청렴(淸廉)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나온다.

이런 장면이 당시 만연했던 공직자들의 행태였던지, 필자가 관람했을 당시 상영관에 사람들의 표정은 조소(嘲笑)와 냉소(冷笑) 보다는 폭소(爆笑)에 가까운 표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과연 관객들은 최익현의 행태를 지금의 공직사회에서 찾아 볼 수 없어서 웃었던 것일까.

아닐 것이다. 여전히 공직자들은 크고 작은 비리(非理)를 저지르고 우리사회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런 인식을 근거로 관람객들이 크게 공감하고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한다.

영화 속 시간보다 한참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공직사회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른바 ‘공무원 청렴상’ 등을 제정하며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청렴(淸廉)이 이시대의 공직자들에게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가치가 되어버렸다. 청렴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직자들을 포상하고 칭찬하면 청렴한 공직사회에 가까워질까. 공직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유혹들에 노출되어 있는지 살펴보려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들은 미비하지 않았던가.

세관공무원 최익현의 행동을 개인적인 비도덕적 행위로 보는 것도 맞지만, 여전히 제2, 제3의 최익현이 등장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들이 처한 환경, 즉 근무여건을 들여다보는 데에서 알 수 있다.

일반 회사원과 비교되는 작은 보수, 수준 낮은 빈약한 복지 조건 속에서 고위직들을 제외한 직급의 공직자들은 제대로 된 대가를 갈구해오고 있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대가가 반드시 많은 보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업무량, 언제 쓸지도 모를 연가와 휴가, 민감한 민원업무 등 제도적 개선과 특히, 경찰?소방직 등 특정직 공무들의 부족한 인원 문제, 노후 된 시설과 장비 등은 이미 여러 해부터 언급됐던 이야기들이다. 

공직자로서 사명감, 성실의무 아래 열악한 근무 환경에 적응하기를 바라면서 언제까지 청렴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지켜주기를 기대 할 수 있을까. 이런 환경 속에서 지켜진 청렴의 가치는 대단한 것이지만 갖은 유혹을 차단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세상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의혹을 없앨 수 있다. 그 만큼 당당해 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소방직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을 요구하는 청원이 많았다. 그럼에도 묵묵히 소임과 의무를 다하는 그들을 볼 때 존경보다 동정심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개선이나 요구사항은 조직내부에서는 물론 대외 조직의 협력과 승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소위 눈치보고 힘없는 조직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은 불쌍하고 가여운 직업군이 되었다.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소방직 공무원들의 부정과 비리행위가 축소?용서될 수 있다는 일반인들의 동정적 태도와 시선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부정과 비리를 덮으면 청렴은 지켜가기 제법 쉬운 일로 치부되지 않을까. 

근무형태에 맞는 근무여건의 개선과 합당한 복지수준이 청렴한 공직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 결백(潔白)의 다음 단계가 청렴(淸廉)이어야 한다. 유혹에 흔들릴 수 없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결백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청렴하고도 결백한 청렴결백(淸廉潔白) 공직자상을 우리는 조만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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