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연수경찰서 연수지구대 경사 이승재

“악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싹 튼다.”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나치 수용소를 겪으면서 한 말이다.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나치 전범들을 조사해보니, 대부분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악의 평범성’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상성에 묻혀, “누구나 다 이러는데, 나 하나만 반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는 시키는 대로 한 것 뿐이야.”라는 핑계로 사회와 타협하고 이에 순응하며 살아온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하는 4대 사회악으로 규정짓고 관련부처를 통한 다양한 활동으로 그 근절 의지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사회악 관련 범죄자들을 보면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결국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들도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제조·유통의 가해자나 방관자가 될 수 있다. 

곧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한 해 중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지는 때이다. 잘 가공되어 나온 식품의 불량성 여부를 소비자가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때일수록 불량식품 제조·유통업 종사자, 관련 공무원들의 비판적 의식이 필요하다. 

 관례와 관습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마련되어야 한다.

경찰은 국민 먹거리 안전 확보를 위해 8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불량식품 및 관련 비리에 대한 전방위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1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를 ‘추석 먹거리 안전신고 기간’으로 지정하고 처리결과에 따라 최고 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주요 제사용품이나 선물용품의 원산지 허위 표시, 유통기한 위조, 불법 유통 행위 등이다.  

잘못된 관례와 관습에 대한 침묵과 방관은 또 다른 범죄자를 양산할수 있다. 알고도 침묵하는 것은 수백만의 죄 없는 사람을 살육하고서도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는 말만 반복한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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