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자 등록때까지도 불투명…"누구 상대 운동하나"

(연합뉴스 제공)

여야가 내년 20대 총선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놓고 끝없이 대치하면서 선거구 획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여야는 국회의원정수를 300명으로 현행 유지하기로 합의했을 뿐 새누리당은 농어촌 사정을 감안한 지역구 수 증가를,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수 증가 또는 최소한 유지를 각각 주장하고 있어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상 국회의 선거구획정안 확정 시한인 11월13일은 물론이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되는 12월15일을 넘겨서 연말까지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을 마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는 오는 10월2일 회의를 열어 20대 총선의 지역구 수를 244∼249개 중 몇 개로 할지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곧바로 비례대표 수(300명 - 지역구 수)도 자동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여야의 지역구-비례 의석수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획정위는 이런 상황과 무관하게 경계·구역조정 등 세부 작업을 거쳐 법정 시한인 10월13일까지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여기까지는 일정에 별다른 변동이 없겠지만, 국회로 논의의 '공'이 넘어오면 획정안의 '운명'과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에 제출된 획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하게 되는데 정개특위는 제출받은 획정안에서 위헌 또는 위법적 요소가 발견될 경우 단 한 차례에 한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획정위에 획정안의 재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변수는 국회에서 선거구획정기준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는지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선거구획정 시 '대원칙'만 제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여야가 획정기준을 끝내 합의하지 못한 채로 획정안을 손에 받아들 경우 획정안에 위헌·위법적 요소가 있는지 비교할 준거가 없게 된다.

하지만 조만간 여야가 획정기준에 합의해 이런 변수가 없어진다 해도, 정개특위에서 한 차례 수정요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획정위가 지역구 수 범위를 내놓자마자 "비현실적"이라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데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농어촌 지역구가 대폭 줄어드는 현실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획정안의 권역별 지역구 수 증감의 형평성 문제로도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만약 정개특위가 한 차례 획정안을 '거부'한다면 획정위는 재제출을 요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다시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수정된 획정안은 정개특위에서 행정적 절차만을 밟은 뒤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되며, 의원들은 채택 '가(可)', '부(否)'만 의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획정안이 본회의에서 한 번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에 대한 보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획정안은 당론으로 부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해당사자인 의원들이 많지 않으며 국회를 바라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때 본회의에서 실제로 획정안이 부결 사태를 맞게 된다면 이후 '대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획정안을 수정할 주체와 본회의 처리 규정 등에 대해 법에서 규정한 바가 없어서다.

'획정안 부결 시 획정위가 다시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는 게 맞다'는 의견과 '이때부터는 국회가 직접 획정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란 해석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법제처 해석 등을 받아봐야 하는 등 불필요한 일들이 생겨나면서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선거법상 선거구획정안을 확정 짓도록 규정한 총선 5개월 전인 11월13일을 넘길 가능성은 물론이고,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이 시작되는 12월15일 전까지 획정안을 확정지을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법에 붙은 각 지역선거구 구역표를 변경해야 할 시한으로 제시한 12월31일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국회는 번번이 총선을 불과 한두달 앞두고서야 획정안을 확정짓곤 한 '전력'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이 7개월 남았는데 선거구획정기준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여야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논쟁에만 몰두하는 데다 '농촌당'까지 출현해 변수가 너무 많다"며 "이대로 가다간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깜깜이 선거'를 치르게 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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