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끝에 與단독 진행·지각개의·고성 등 구태 여전

(연합뉴스 제공)

여야가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예년과 달리 내실있는 '민생·정책국감'으로 만들겠다고 한 목소리로 약속했지만, 국감 첫날부터 이런 약속은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이제 막 시작된 국감이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여론의 소나기성 비판이 쏟아졌던 예년 국감처럼 정치적 쟁점으로 인해 국감이 정회하는 등 파행하고, 국감 도중 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가는가 하면, 자료제출 부실을 이유로 피감기관에 호통치며 '군기'를 잡고, 자신이 질의가 끝난 뒤에는 자리를 뜨는 구태가 올해도 재현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언론과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19금(禁)'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국감장에서 여과없이 노출시키며 자신의 주장을 폭로하는 '한탕주의'도 여전했다. 

 ◇정쟁에 볼모로 잡힌 국감…잇단 정회·지각 개의 = 일부 상임위는 정치적 쟁점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맞서면서 파행을 겪었다.

국회 안전행정위는 이날 오전 10시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국감에 나섰으나 곧바로 정회하는 등 파행으로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시작했다.

지난달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 만찬 자리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를 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문제를 놓고 개의 직후부터 여야 의원들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건배사 논란에 대해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머리를 숙였으나 야당 의원들은 잇따라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은 특별한 의도가 없는 건배사를 빌미로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정 장관 건배사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로 국감 일정을 연기해야한다며 국감을 거부해 파행됐다.

결국 오후 국감은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 문제로 여야 의원들이 격돌, 한때 정회하는 등 난항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 문제에 대해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은 본 질의에서 다루면 될 문제를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물고 늘어진다며 따졌다.

결국 여야 의원들이 1시간 넘게 고성을 주고 받는 등 옥신각신하면서 의사진행 발언만 늘어놓은 끝에 정작 본 질의는 시작도 못한 채 정회를 선언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정무위의 총리실 국감에서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여 오전 한때 국감이 중지됐다.

정무위는 결국 오는 17일 공정위 국감 때 신 회장을 증인으로 세우기로 합의하고 국감을 속개해 정상화했으나 당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80분이나 지난 뒤였다.

◇자료 부실 제출 놓고 피감기관과 실랑이 = 외교통일위의 외교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자료부실제출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외교부의 자료제출이 부실하다고 질타하며 피감기관 '군기잡기'에 나섰다.

김성곤 의원은 "보통 국감이 시작되면 자료미비라든지 이런 문제는 야당들이 많이 문제제기 했는데 야당한테만 안주고 여당은 주는 줄 알았는데 사정은 똑같은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원혜영 의원은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안보사유 문제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최종판단을 국장들이 다 점검했느냐"면서 "의원의 자료요구를 과장선에서 대응한 것은 국회 경시이고 국회 무시"라고 질타했다.

◇여전한 국감 '한탕주의'… 불륜조장 사이트까지 국회서 공개 = 이번 국감에서는 각종 이색소재를 이용해 언론의 주목을 끌려는 의원들의 이색질의도 이어졌다.

질문의 핵심적 내용을 말보다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부 의원의 경우 언론과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과도한 '한탕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불륜조장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정무위 국감장에 몰래 카메라가 장착된 모자와 안경을 직접 착용하고 질의에 나서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장애인 보호장구에 대한 영세율 적용문제를 제기하고자 보건복지위 국감장에 목발과 목발부품을 들고 나와 질의했고,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의 경우 셀프성형기구 관리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자신의 보좌관으로 하여금 '코뽕', '얼굴밴드' 등 셀프성형기구를 직접 착용하게 해 시연을 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