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순경 김일년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절도죄의 피의자들을 볼 때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자성어는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다.

직역하면 어떤 물건을 보면 마음이 생겨난다는 것으로, 좋은 물건이 있으면 본래 자기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갖고 싶어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욕심이란 것이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줄 알지만 순간적인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고 피의자 신분이 된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계획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칠 것으로 모색하는 피의자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순간적인 욕심을 참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를 더 많이 접하는 현실이다. 우리가 일상생활 중 접할 수 있는 이런 순간의 욕심이 생기는 상황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우선 일상생활 중 자주 접하는 ‘욕심’이 생기는 상황은 은행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에서 일어난다. 이 경우에도 범죄 동기를 유발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기 앞줄에서 현금을 인출한 사람이 카드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카드만 가져가고 인출한 현금은 그대로 기계에 남겨두고 가는 상황이고, 또 다른 유형은 앞 사람이 현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ATM 위에 지갑을 올려뒀다가 그냥 자리를 떠난 경우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접하면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방법을 통해 주인에게 되돌려 줄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상황에서 복잡한 생각 대신에 일단 자기 주머니에 넣고 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보자. 은행은 어떤 장소보다 CCTV가 많은 곳이며, 당신이 어떤 은행을 찾았다면 당신은 그 은행의 고객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위와 같은 상황을 접하면 해당 은행 청원경찰에게 건네주거나 112신고로 경찰관서에 보관하는 방법이 좋다.
다른 한 가지 상황은 분실된 신용카드를 이용해 일어난다. 길거리를 가다 누군가 잃어버린 신용카드 하나를 습득했다고 가정하자. 신용카드의 상태가 깨끗한 걸 보니 방금 잃어버린 것 같다. 요새 담배 값도 많이 올랐는데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주운 신용카드로 담배 한 갑을 결제한다. 결제가 된다. 이왕 사는 거 담배 두 보루를 더 구입하고 신용카드는 편의점 근처에 버리고 떠난다.

위의 상황에서 세 가지의 죄가 동시에 일어난다. 습득한 신용카드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아 점유이탈물횡령죄, 타인의 동의 없이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편의점 판매원에게 자신의 신용카드가 아님에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판매하게 한 사기죄.
순간적인 욕심으로 세 가지의 죄를 거의 동시에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만약 분실된 신용카드를 발견했다면 112신고를 통해 주인을 찾아 주도록 하자.

견물생심의 참뜻은 욕심을 경계하고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 감정이다. 그 것을 부정하지 않고 다스릴 줄 아는 이성을 가져 쉽게 빠질 수 있는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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