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고 팀을 떠난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김기태(45) 감독이 선수단에 뒤늦은 '작별 인사'를 했다.

김 감독은 26일 KIA와의 경기를 앞둔 낮에 잠실구장을 찾아 단장 등 프런트와 코치진, 선수단을 만나 짧은 인사를 나눴다.

김 감독은 이달 2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하고는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은 채 상경했다.

25일 오전 잠실구장을 찾아 감독실의 짐을 정리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조용히 이뤄진 일이라 사퇴 이틀이 지나도록 선수단과 정식으로 인사를 하지 못했다.

사흘 만인 이날 처음 얼굴을 맞대고 이별을 고한 셈이다.

여전히 갑작스러운 사퇴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분위기가 무거운 터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힘내라"는 마음만 짤막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대행 역할을 하는 조계현 수석코치는 경기를 앞두고 "별 이야기를 했겠느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만 잠시 나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조 코치는 "감독님께서 '(선수단을)잘 부탁한다'고만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LG는 아직 김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도 경기 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취합해 발표하는 선수단 등록 명단에는 LG 사령탑 자리에 김기태 감독의 이름이 적혀 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은 여전히 복귀의 여지를 열어 두고 있지만,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구단 관계자와 만나는 등 구체적으로 설득 작업은 아직 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도 단장과 인사를 했으나 코치진과 동석한 자리에서 얼굴을 맞댄 터라 덕담 수준의 대화만 오갔다고 한다.

이렇게 김 감독은 작별 인사만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김 감독은 지인들을 만나는 등 신변을 정리한 뒤 내주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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