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국회'에 오픈프라이머리까지…여름휴가 '실종'

(연합뉴스 제공)

정치권에서 '여름휴가'가 실종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열린 7월 임시국회에 이어 국회법 개정으로 자동 소집되는 8월 임시회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세월호 사태 수습에 '올인'하며 휴가를 반납한 데 이어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상시국회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8월 임시국회 역시 국정원 해킹 의혹을 둘러싼 여야간 첨예한 대치전선의 여파 등으로 녹록지 않은 한 달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정감사의 조기 실시설까지 나온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재획정이 예정된데다가 여당발(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지역구 의원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휴가 계획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과거 이 시기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쉬어가는 여의도의 '하한기(夏閑期)'로, 휴회 중에 가족·친지와 여행을 떠나거나 지역구를 챙기는 시간 등으로 활용됐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하나 여의치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대부분 여름휴가를 자진 반납하거나 일정을 대폭 축소·변경했다. 특히 국회 일정 사이사이 지역을 찾는 것조차도 벅찬 지역구 의원들에게 예년 같은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이다. 

인천 남구갑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시국회가 되면서 지역구 활동 시간이 줄어든 만큼 휴가 계획을 따로 세우기가 쉽지 않다"면서 "지역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하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의 같은 당 이진복 의원도 "올해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휴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나마 8월 중에 지역 당원들과 함께 계곡을 찾아 물놀이할 계획을 하고 있어 마음의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는 경북 군위·의성·청송의 김재원 의원은 "대통령의 휴가 기간인 이번 한 주 동안 '찾아가는 국회'란 이름으로 지역 내 36개 읍·면을 돌아보고 주민들과 수박을 나눠 먹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여당의 경우 위축된 내수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당 지도부가 '국내 휴가령'을 발동한 것도 휴가 축소 움직임에 한몫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대표 역시 8월 중 짬을 내어 강원도 등지에서 주말을 보내는 수준에서 휴가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연이어 터지는 대형 이슈와 바쁜 국회 일정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지만, 휴가 계획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인 안규백 의원은 "당직을 맡으니 지역구와 국회를 하루에도 두세 번씩 왔다갔다한다"며 "잠도 부족하고 재충전할 기회가 없어 본회의장에서도 때때로 졸음을 참기 힘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국회가 연이어 열리면서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면서 "8월에도 휴가를 포기하고 업무처리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지역구도 출퇴근은 하지만 거의 못 돌아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구가 서울인 의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갑이 지역구인 우상호 의원은 "지방이 지역구인 의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옆에서 봤는데 국회일정이 갑자기 잡히다 보니 지역일정을 제대로 짤 수가 없다"면서 "며칠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내야겠지만 사실 지금은 그것조차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도 그동안 계속 터지는 현안 대응 등으로 아직 휴가계획을 세울 엄두를 내지 못한 상태이다. 

한 핵심인사는 "조만간 얘기는 해보려고 하지만 국정원 문제 등 현안이 있어 조금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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