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기준 강화한 아동복지법 내달 시행…정원 15% 축소

경기도내 한 아동복지시설 원장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다음 달 6일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배치와 면적 기준 등이 대폭 강화된 개정 아동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아이들 정원(定員)을 줄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개정 아동복지법은 아동 인권과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지만 시설 종사자들은 "방향은 옳으나 법에 현실 사정이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정 아동복지법, 유예기간 두고 정원 15% 축소 =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보육원같은 아동복지시설의 아동 1인당 거실 면적을 기존 3.3㎡에서 6.6㎡로 늘렸다. 

여기서 '거실'이란 사무실이나 식당, 화장실 등을 제외하고 아이들이 실제 생활하는 공간을 말한다. 

또 1실당 정원 기준도 6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복지시설과 경기도는 협의를 거쳐 시설 규모를 늘리지 않는 대신 아동 정원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아동복지 선진국의 추세이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시설에 투자할 예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의 아동복지시설은 현재 북부에 12곳, 남부에 17곳이다.

이들 29곳의 현재 정원은 1천946명인데, 다음 달 6일 이후에는 288명(약 15%)을 줄인 1천658명으로 정원이 바뀐다. 

시설에서 지내는 아동은 지난 4월 현재 1천543명으로, 달라지는 정원에는 못 미치지만 시설별로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경기남부지역의 B 시설에는 현재 아동 34명이 있는데, 정원을 33명으로 줄여야 한다. 또 경기북부지역의 C 시설은 90명인 정원을 66명까지 대폭 축소해야 하는데 현재 인원은 69명이다. 결국 각각 1명, 3명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도는 보건복지부에 건의해 '자연감소'의 원칙을 기본으로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몇몇 시설은 결국 아이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투표권 없어 선거철에도 정치인 만날 수 없어…아동복지 지원, 중앙정부로 일원화해야" = 수원과 의정부에 각각 1곳씩 설치된 경기도 아동일시보호소의 고민은 더 깊다. 

영아 유기사건 등으로 인해 갈 곳 없는 갓난아기가 생겼는데 더는 아동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치는 게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군포시 새나안교회에는 베이비 박스도 생겼다. 이곳에 맡겨진 아이가 제 부모를 다시 만날 확률은 20∼30%에 불과한데, 지난 4월까지 1년간 맡겨진 아기만 40명이다. 

또 시설별로 정원이 빠듯해지다 보니 형제·자매가 각기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상황마저도 우려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보호 아동 숫자를 기준으로 시·군에서 지원하는 운영비가 깎이게 되니 시설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푸념도 나온다.

아이들 숫자가 적어진다고 난방이나 냉방을 덜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지원금만 줄어든다는 얘기다. 

A 원장은 "지자체별 곳간에서 복지비용이 나가게 되니 보호 아동 숫자가 느는 것을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좋은 법안의 취지를 잘 살리려면 이제라도 아동복지와 관련한 지원을 중앙정부에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육원의 관계자는 "18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우리 같은 시설은 '투표권'이 없어서 선거철조차 정치인을 만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국가의 미래가 될 아이들에게 이제라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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