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 참여…미국·캐나다서도 추진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있다.

그 통한의 시간 동안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190명이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한 맺힌 생을 마감했다. 

48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은 가운데 70번째 광복절 전국 곳곳에 이들의 아픈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선다.

◇ 이념·세대 떠나 각계각층 참여…"당신들을 기억합니다"

광복절날 제막식이 열릴 강원 원주시청 공원 소녀상은 지역의 보수·진보·종교 단체가 뜻을 모으고 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세웠다. 

시민모금에는 교사, 중·고등학생, 시청 공무원, 향교, 대학교 총학생회, 주부들의 모임, 여성문학인회 등 다양한 계층이 폭넓게 참여해 목표액을 훌쩍 넘겼다.

경남 창원의 여성·시민단체들은 2013년부터 모은 시민 성금으로 "우리는 당신들을 기억합니다"라는 콘셉트의 청동 소녀상을 광복절에 맞춰 오동동 문화의 광장에 세우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전북 군산 시민들이 광복절날 동국사 경내에 세울 소녀상 건립에는 자국의 옛 잘못을 인정하는 일본인들이 성금을 보태기도 했다. 

같은 날 제막식이 예정된 충북 청주의 소녀상은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손을 잡고 건립을 추진했으며 대구에 설 소녀상은 시민들의 기부금과 지역 조각가의 재능 기부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경남 남해에서는 지역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지자체가, 부산에서는 사단법인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가 광복절에 맞춰 소녀상을 세울 계획이다. 전북 전주에서는 66개 시민·사회단체가 광복절을 앞둔 다음 달 13일 제막식을 연다.

◇ 미국 등 해외서도 건립 추진…장소 놓고 잡음도

한일 수교 50주년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올해 광복절이 아니더라도 역사를 지키려는 움직임은 계속된다. 

제주대와 한라대 등 제주지역 대학생들은 오는 12월 건립을 목표로 평화 콘서트를 여는 등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고 경기 의정부에서는 10월에 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전남 목포 시민들은 내년 3·1절이나 4·8 독립만세운동일 가운데 하루를 제막일로 잡기로 하고 본격적인 건립 운동에 들어갔다. 

또 미국 등 해외에서도 소녀상 건립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위안부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과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에 이은 미국에서 세 번째 소녀상을 시카고에 세우기로 하고 지난해 7월부터 기금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소녀상 건립 장소를 놓고 잡음이 일어 건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광주 청년봉사단체는 조각가와 모델 선정까지 마친 뒤 광주시 협조를 받아 이번 광복절 이전에 5·18 민주광장에 소녀상을 세우려고 했지만 5·18 기념사업위원회가 5·18 사적지 보존과 다른 동상의 난립 우려를 이유로 난색을 보여 다시 후보지를 찾고 있다.

경기 화성시도 자매도시인 캐나다 버나비시에 올해 안 건립을 위해 한인회와 MOU를 맺는 등 구체적인 업무 협의를 진행하고 버나비시로부터 설치장소를 무상제공받기로 했지만 최근 일본계 주민들의 반발로 건립이 보류됐다. 

◇ 위안부 피해자들 "우리의 상징이자 분신…모두의 문제"

소녀상 건립 확산에 위안부 피해자들은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김군자(89) 할머니는 "소녀상을 보고서 생각 없이 웃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정말 속상했던 경험이 있는데 시민 여러분들이 이렇게 노력하고 애써주니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이 위안부를 비롯해 당시 얼마나 무지막지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는지, 소녀상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며 "피해자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희남(87) 할머니도 "고령인 피해자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하는 현실에서 소녀상을 계속 세우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은 관심을 갖고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강일출(87) 할머니는 "죽어서도 절대 일본군이 한 짓을 잊지 않을 것이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상징이자 분신 같은 소녀상을 전국 곳곳에, 세계 곳곳에 세움으로써 일본을 압박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어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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