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으로 시작해 사무관 승진…부하 직원들 '망연자실'

중국 지린(吉林)성 버스 추락 사고 사망자 가운데 필경사 업무를 맡아 공직에 처음 발을 들인 이후 27년 만에 사무관(5급)에 오른 늦깎이 승진자도 포함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일 인천시와 서구에 따르면 전날 사고 버스에 탔던 인천 서구 소속 한모(55)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이모(55) 사무관은 갈비뼈가 골절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과장은 1985년 필경사 업무를 맡아 일용직으로 공직 사회에 발을 들였다. 필경사는 보고서나 그래프를 손으로 작성하는 업무 담당자로 컴퓨터가 일반화하지 않은 시절 글씨를 잘 쓰는 이들이 주로 맡았다. 

한 과장은 이후 1990년 일반행정 9급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이후 2012년 2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공직에 입문한 지 27년 만에 사무관을 달았다.

사무관 승진 후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1동 주민지원센터 동장으로 부임해 2년 넘게 일했다. 

한 과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겪으며 터득한 노련함을 바탕으로 청라국제도시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시기 각종 주민 민원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서구 노인장애인복지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정년퇴임을 5년 남겨두고 변을 당했다.  

한 과장은 서구에 부임한 이후에도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며 부서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인천 서구 노인장애인복지과의 한 직원은 "오늘 아침 출근해 사고 소식을 듣고 직원들 모두가 망연자실했다"며 "부서 특성상 노인과 장애인을 많이 상대해야 해 힘든 직책임에도 직원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셨다"고 그를 기억했다.

같은 과의 다른 직원은 "맡은 일은 철저하게 처리했지만 얼굴 표정이 힘들어 보이는 직원들에게는 농담을 건네 웃음을 줬고 야근하는 직원들도 매일 격려해 주시던 인품이 훌륭한 상사였다"며 울먹였다. 

인천시는 본청 인사과에 상황대책반을 설치하고, 현지 상황 파악과 후속 대책 등을 논의 중이다. 

서구도 이날 오전 강범석 청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유족의 중국행 지원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 과장의 아내(51)는 이날 오전 급히 서구청사를 찾아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한 과장은 아내 외 20대 아들 둘을 뒀다. 유족들은 이날 한 사무관의 시신이 안치된 중국 지린성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앞서 1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4시30분)께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에서 한국 공무원들을 태운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 최소한 10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4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버스에 탑승한 교육생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중국 옌지(延吉)·단둥·다롄(大連) 등 고구려·발해 터와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를 둘러보는 중견리더과정 교육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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