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시된 제6대 지방선거에서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교육권력의 개편이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교육감 가운데 서울, 부산, 경기 등 13곳의 교육감 자리를 진보 진영이 싹쓸이했다. 4년전 선거에서 보수 대 진보의 비율이 10대 6이었던 것에 비하면 진보 진영의 약진은 가히 괄목할만 하다. 바야흐로 진보 교육감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이번 결과는 보수 후보들의 난립과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앵그리맘의 분노, 기존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격차 해소와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를 공약한 진보 교육감들에게 유권자들이 표로 응답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권학교 강화 대신 일반고 살리기에 유권자들이 공감했다는 얘기다. 부정입학 사태로 물의를 빚은 영훈국제중에 대해 지정취소 여론이 거셌는데도 이를 외면한 문용린 현 서울 교육감이나 맹학교 성추행 사건 늑장 대응으로 비판받은 임혜경 현 부산 교육감의 경우는 후보 단일화가 됐더라도 이겼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서울에서 선두를 지켜왔던 고승덕 후보가 `딸 편지 악재'로 추락하면서 그 표가 문 후보가 아닌 조희연 후보에게 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실에 안주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일부 현직 교육감들에 대한 심판론이 먹혀든 선거였던 셈이다.

그러나 진보교육감 시대를 걱정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교육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가령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나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진보 교육감들은 반대하고 있고 진보진영의 `학생인권조례' 추진에 대해 정부는 상위법에 위반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자사고 존폐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사고 25개교에 대한 5년 단위 운영성과 평가가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가 8∼9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진보교육감들은 지난 19일 공동공약 발표에서 자사고 폐지를 내세웠다. 자사고가 입시위주 교육과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키고 교육불평등을 초래한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관련 법령에서는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게 돼 있어 자사고에 우호적인 현 정부와의 마찰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외고와 자사고 같은 수월성 교육도 필요하다는 견해가 여전히 상당한 것도 변수가 될 것이다. 이와함께 무상급식·무상교육 확대에 따른 중앙·지방정부간 재원 부담 떠넘기기,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친일독재 미화 역사교과서 반대와 대안적 역사교과서 발행 등도 중앙 정부와 지방교육청간의 갈등의 불씨가 될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약진은 보수 진영 후보의 난립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치단체장들이 50% 안팎의 득표율을 보인 반면, 교육감들은 대부분 30%대에 머물렀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선거는 단 한표라도 더 얻으면 승리하는 것이고, 이긴 측에서 자신의 공약과 철학을 관철시키려 노력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교육 현장이 갖는 특수성과 민감성을 고려할 때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모든 것을 일순간에 뒤바꿔 버리려 한다면 학교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특히 현 보수 정부와 진보 교육감간 갈등이 생산적인 변화 대신 소모적인 이념 대립으로만 치닫게 될 경우 일선 학교는 여기 저기 눈치를 보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갈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마찰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틀을 만들어 나가는 데 지방교육청과 중앙정부가 `남'이나 `적'이 아닌 `우리'와 `동지'의 심정으로 힘을 모아주길 당부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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