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투표함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정국 와중에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심은 여야 어느쪽에도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표가 초반진행중인 5일 1시 현재 17개 광역단체장중 강원 등 초접전지역을 포함해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여야가 각각 선거승리나 선방을 주장할 수 있는 결과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잠정 투표율은 지난 선거보다 2.3%포인트 오른 56.8%로 집계돼 역대 두번째를 기록했다. 이틀간의 전국단위 사전투표제가 도입돼 5%포인트 정도의 투표율 상승효과가 기대됐지만 결국 '마의 60%'대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교육감 선거는 대부분 지역에서 진보색채 후보들이 당선돼 앞으로 우리 교육현장의 흐름을 주도해나가게 됐다. 경쟁위주의 교육에 대한 자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4년간 각 지역의 살림을 꾸려나갈 일꾼을 뽑기위한 것이지만 지난 대선이후 1년반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여야는 정치적 명운을 걸다시피 총력전을 펼쳐왔다. 여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좋지않은 성적을 거둘 경우 박근혜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야당으로서도 신당효과의 조기소진과 국정주도권 탈환실패에 따른 내홍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이면서도 지역별 특성에 따른 인물과 의제 차별화보다는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박근혜정부 안정지원론'이 격돌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후보와 공약이 실종된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가 된 이번 선거의 유일한 변수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표심의 향배였던 셈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을 잘 읽어야 한다. 특히 여권은 민심이 세월호 참사책임을 무겁게 짚으면서도 사실상 새로운 국정동력을 허용하는 흐름을 보여준 의미를 새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 앞에 놓인 과제, 즉 압축성장과정에서의 사회적 적폐해소와 국정운영 방식 및 인적쇄신을 차질없이 추진해달라는 준엄한 요구가 표심에 새겨져 있음을 읽어야 한다. 야당도 정부의 무능에 등을 돌린 민심이 곧바로 야권 지지로 전환되지 않은 배경을 천착하길 바란다. 야당의 정부심판론이 제대로 파고들지못했다기보다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야당의 역할에 대한 여론을 보여주는 선거결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선된 후보들은 앞으로 임기동안 선거유세 중 거리에서 접한 민심을 지역살림에 반영하는데 전력해주길 바란다. 중앙정치의 프레임이 좌우한 선거였다해도 당선자들은 앞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주민과 민심을 직접 만나는 행정을 펼치고 견제활동을 벌여나가는 일꾼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준엄함을 새겨 각각의 정치적 과제를 재점검하고 실천해나가기 바란다. 세월호가 안겨준 안전한 나라만들기 등의 과제들은 어느 일방의 독주나 발목잡기식 대립의 정치로는 실현불가능한 만큼 대승적 견지에서 서로 협조할 것은 가슴을 열고 대좌해 풀어가는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그동안 뒷전으로 미뤄졌던 민생행보의 신발끈도 새로 매고 장기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나가는 경쟁을 펼쳐나가야할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야말로 말없는 가운데 정치권의 속내를 모두 꿰고 주시하고 있는 민심의 무서움을 보여준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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