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 남성을 억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월 말 관광객으로 북한에 온 미국인 제프레이 에드워드 포울레 씨를 억류해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발표했다. 중앙통신은 그가 북한에 머무는 동안 관광 목적에 맞지 않게 북한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포울레 씨가 성경을 호텔에 놔두고 출국하려 했다는 점을 억류 이유로 제시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대미 비난이 지속되면서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최근의 상황으로 볼 때 양국 관계에도, 북핵 대화 재개 여건에도 긍정적인 사태전개는 아니다.

포울레 씨의 억류 경위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이처럼 미국인 3명을 동시에 억류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가 지난 2012년 11월 입북했다가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년 8개월째 복역 중이며 지난 4월에도 미국인 관광객 1명이 북한에 들어갔다가 관광증 훼손 등의 혐의로 억류 중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북한을 방문했다가 억류된 호주인 선교사 존 쇼트(75) 씨는 보름 만에 석방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가 핵 문제를 둘러싼 대미 관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인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과시를 통한 내부 결속강화와 동시에 대미 경색국면 전환용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이번 조처의 경위나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미국 내 상황이 지난 2009년 미국인 여기자 2명 석방, 그 이듬해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 석방시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때와는 다르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한다. 미 정부가 이란 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이라 북한의 가시적 태도변화가 없는한 미 정부의 대북정책기조는 수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이런 분위기는 백악관, 나아가 의회에서 더 강경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북한은 올 초 최장기 북한 내 억류자인 케네스 배씨의 석방을 위한 로버트 킹 국무부 특사의 방북 초청을 사흘 만에 취소한 전례가 있어 억류자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우선 국제 기준에 맞게 억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신속히 석방하는 것이 합당한 절차라고 본다. 이들의 석방을 위한 정치적 흥정은 북핵 대화 재개 여건 조성이나 북미 경색 관계 완화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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