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뇌질환 치료,'제대로 되나' 관찰방법 개발

▲ <연합뉴스 제공>

온 몸 어느 기관의 세포로나 분화할 잠재력이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 치료는 현대 의학의 꿈이다.

특히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 난치 뇌질환의 경우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 치료법의 개발에 희망을 걸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뇌세포가 변성을 일으켜 죽어 버리는 이런 뇌질환은 지금 의술로는 근본적 치료법이 전혀 없고 기껏해야 증상을 완화하고 적응 훈련을 하는 정도가 최선의 대응이다.

 

팔팔하게 살아 있는 줄기세포가 뇌에 이식되면 이미 손상돼 죽은 뇌세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난치 뇌질환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리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희망이다.

그런데 이런 구상에는 현실적으로 매우 큰 걸림돌이 있었다.

이식된 줄기세포가 뇌에 들어가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주입한 줄기세포의 상태를 모니터할 방법이 없다면, 줄기세포 치료를 시도하더라도 그저 줄기세포를 주입해 놓고 병이 낫기를 기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꼴이 된다.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에 재직중인 이진형(38) 교수는 최근 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바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인쇄본 게재에 앞서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연구팀은 일단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 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iPS cell)를 만들었다. 이는 배아줄기세포(ES cell)와 마찬가지로 인간 신체에 있는 어떤 유형의 세포로나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에 특정한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발현되도록 하는 유전자 코드를 삽입했다. 이렇게 하면 이 단백질이 유도만능줄기세포의 표면에 나타나고, 청색 레이저 빛에 반응해서 세포에 전기적 활동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이렇게 유전 정보가 변경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배양접시에서 '신경줄기세포'로 분화시켰다.

신경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신경세포나 뇌에 존재하는 다른 세포로만 분화가 가능하다.

이어 연구팀은 이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쥐의 뇌에 이식했다. 쥐는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둔 상태로 실험에 사용됐다.

줄기세포가 이식된 뇌의 부위는 '줄무늬체'(선조체·線條體·striatum)라는 곳이었다. 인간 파킨슨병의 전형적 증상이 바로 이 부분에 연결된 신경세포가 퇴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신경줄기세포를 쥐 뇌의 줄무늬체에 이식하면서 조그만 광섬유를 삽입해서 바깥에서 레이저를 쪼일 수 있도록 했으며, 이식 수술 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실험과 관찰을 실시했다.

이 교수 등 연구팀은 이식한 신경줄기세포에 청색 레이저를 쪼이기 전, 쪼이는 동안, 그리고 그 후의 상태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관찰했다.

대조군으로는 청색 대신 황색 레이저를 쪼이는 경우를 설정했다.


그 결과 청색 레이저를 쪼이면 줄무늬체뿐만 아니라 뇌의 여러 다른 부위에도 활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조군으로 설정된 황색 레이저를 쪼인 경우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식된 줄기세포가 청색 레이저에 반응했고, 또 그 자극의 결과가 뇌의 다른 부분에도 전파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식된 줄기세포가 살아 있고 뇌에 자리를 잡았을뿐만 아니라 이 줄기세포가 뇌의 다른 부분과 통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fMRI뿐만 아니라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도 똑같은 현상을 확인했다.

또 나중에는 해부를 통해 인간 신경줄기세포가 쥐 뇌의 줄무늬체에 결합했고 뇌의 다른 부위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연결망을 형성했다는 점을 삼중으로 확인했다.

이 교수는 "줄기세포로 뇌질환을 치료하려면 뇌에 들어간 줄기세포가 치료 의도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논문 연구에서는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법과 해부를 통해 관찰하는 방법까지 합해서 3중으로 확인을 하긴 했으나, 실제로는 fMRI만으로도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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