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부평경찰서 동암지구대 경감 경규하

소래산 정상에서 새벽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더니 저 멀리 바닷뱃길 웅장한 인천대교가 아련히 보인다. 망망대해의 바닷길이 펼쳐지며 치안현장의 아침을 열어준다. 밤새 사건현장에서 112순찰차가 길 따라 쉴새없이 불꺼진 골목길을 누빈다. 그게 열린길의 소중함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부패와 안전 불감증 넘어 신뢰사회로 가야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밤바다의 등대지기 경찰의 변화와 혁신속의 창의치안으로 질서를 회복하고 어린이와 여성들이 안심하고 밤길을 마음놓고 걸어갈 수 있는 체감치안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길은 인류문명 발전의 기초이며 물자의 운송로, 지식과 문화 및 기술 등의 전파로, 군사 이동로로서 인간집단 상호간의 정보교환과 재화의 유통을 촉진시키는 수단이 되었고 길의 종류도 옛길, 둘레길, 올레길과 여성안심귀갓길도 있다. 

그 옛날 플레인즈 인디안(Plains Indian)같은 부족들이 들소떼를 사냥하여 고기와 가죽을 생활용품으로 사용하였는데 이 들소들의 계절적 왕래에 따라 인디언 통로(Indian Trails)가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통로들이 서부개척민의 이동로가 되어 후일 미국의 대륙횡단철도의 모체가 되었다고 한다. 

치안현장 곳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누구든 자신이 가는길에는 범죄 의심자, 돌부리, 뚜껑없는 맨홀, 고삐풀린 동물들의 돌발출현과 같은 위험요소로 잔재하고 있어 항상 사고의 개연성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걷게되면 안전한 길을 만나게 된다. 흔히 길은 인생 이라고 한다. 

맑고 쾌적한 숲이 있는 길을 걸으면 마음의 평화가 온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 걸으면 정을 느낄 수 있는 도심의 산책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준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구대에도 4만8천 인구중 여성안심귀가를 위해 112순찰차를 근린생활공원, 포돌이정거장, 재개발구역, 원룸촌, 버스정류장에서 밤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 및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안심귀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길은 이용을 잘하면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 구역에서 벗어나게 되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고 생명까지 위협 받을 수가 있다. 얼마 전 국제시장 영화를 보며 어린 덕수가 여동생 막순이의 손을잡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향해 달리는 흥남철수 중 배에 오르다 등에 업은 동생을 놓치고 동생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우느라 졸지에 소년가장이 되는 처절한 삶의 분기점이 되는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넜다.

지금도 특별순찰을 구역내 공공장소 게시판 벽보에 부착된 전단지 속에는 “사람을 찾습니다” 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싣고 오래전에 길을 잃고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로 실종된 아동 지체장애인등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는 아동들이 많다. 신록의 계절 나들이길 에서는 보호자의 관심이 각별히 주의되는 때이다.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실종에 대비한 아동 사전등록제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지문등록 치안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설마 “우리아이가 실종 되겠어” 라는 안이한 생각은 접고 사전지문등록으로 소중한 가정을 지켜야 한다.

길의 소중함을 알고 길과 길을 잇는 것은 단순히 산책로를 이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자연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깨우쳐 주는 것 안전하고 아름다운 길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안겨준다.

최근 흉포화 되어 가는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하고 경찰의 순찰이나 신고를 통한 범죄예방에 한계가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환경개선을 통해 범죄자의 접근을 차단해 우발적인 범죄를 예방한다는 범죄예방기법(CPTED)은 길위의 치안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 치안현장 우범지역에 반드시 추진해야 할 안심귀갓길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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