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국제 스포츠계의 대형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10년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이 거액의 뇌물 때문이었다고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것이다. 이 신문은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당시 FIFA 관계자들에게 카타르를 지지하는 대가로 500만 달러의 뇌물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과 편지, 은행 거래 명세서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함맘회장은 카타르 축구협회 회장 출신이다. 영국의 BBC 방송도 이 신문이 확보한 일부 증거를 확인했다며 `카타르 월드컵: 관계자들에 3백만 파운드 지불 부패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FIFA가 새로운 비리 의혹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뇌물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카타르는 한국, 일본, 미국, 호주 등 경쟁국들을 따돌리고 2022년 대회를 유치했으나, 이후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부정·부패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논란 때문에 FIFA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었다.

카타르는 뇌물 의혹 외에도 축구경기장 건설 공사와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혹사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카타르에서 일하는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주의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은 카타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2012년 이후 500명 이상 사망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쓰일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난 한해에만 최소 185명의 네팔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1월 보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지부는 카타르에서 최근 2년간 450여 명의 인도인이 숨졌다고 밝힌 인도 정부에 구체적인 사망경위를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카타르 정부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처럼 근로자들에 대한 학대 논란에다 이제는 뇌물 의혹까지 강력히 제기된 상황에서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는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FIFA는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고 늦어도 7월말께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비리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FIFA는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을 다시 선정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월드컵 축구나 올림픽 등 대형 국제스포츠행사를 유치하려는 국가나 도시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도 모두 스캔들로 얼룩졌다. 스포츠 축제가 뇌물이나 향응으로 오염되는 일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하게 기량을 겨루는 것이 생명이다. 스포츠 대회 또한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유치돼야 한다. 무슨 반칙을 하던 이기면 된다는 생각은 스포츠와 맞지 않는다. 뇌물로 개최권을 얻었다면 그 개최권은 박탈돼야 마땅하다. 언론에서는 이미 2022월드컵 개최국을 재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FIFA도 재투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은 "비리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집행위원회에 전달된다면 나는 집행위원으로서 재투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발빠르게 대응했다. 호주 축구협회는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다시 뛰어들 수 있다고 선언했다. 우리도 다시 나서야 한다. 축구협회는 FIFA가 2022월드컵 개최국을 재선정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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