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정청 내부 이견 조율 후 대야 협상 태세

(연합뉴스 제공)

4월 임시국회에서 불발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시한이 17일로 열흘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협상 재개에 본격 나서지 못한 채 물밑 탐색전만 벌이고 있다.

더욱이 여야는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 재개를 위해 절충점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상대방에 대한 공세에만 열을 올리는 등 전운만 고조되고 있어 자칫 5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마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5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기로 의사일정에 합의한 본회의는 오는 28일 하루 뿐이다. 

지난 12일 이번 임시국회의 첫 본회의가 열렸지만 처리한 안건은 일본의 역사 왜곡 규탄 결의안 2건과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법안 단 3건이 고작이었다.

이번 달을 넘기면 양당이 내년 4월 총선 준비 체제를 본격화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단체의 입김이 더욱 강해져 개혁 추동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 18일 이틀간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를 계기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또 지난 번에 공무원연금개혁의 파트너로 나섰던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이 지난 15일에 이어 20일 재회동하는 등 물밑접촉을 이어가기로 해 협상실무채널로 역할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 교통정리 우선 = 여권은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내부 이상 기류를 걷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심야 고위급 당·정·청 회동을 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지난 2일의 여야 합의를 존중하기로 하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국민의 동의를 얻어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해 결정하기로 입장을 조율했다.

그동안 여야 합의안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청와대가 5·2합의안을 '잘된 안'이라고 평가한 것은 진전된 것이지만 국민연금 문제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청와대가 여당에 협상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어 앞으로 야당을 상대로 얼마나 재량권을 발휘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청와대를 설득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새누리당은 계류법안 처리를 위해 남은 기간 전 상임위를 전면 가동해 법안 처리 건수를 최대한 끌어 올릴 방침이다. 

우선 법사위를 통과하고도 지난 6일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던 57개 법안을 전부 통과시킨다는 게 1차 목표다. 여기에 추가로 50여개 법안을 처리대상 목록에 올렸다.

특히 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창업 벤처 기업에 투자토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일명 크라우드펀딩법),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관광진흥법 등도 재추진할 계획이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번 달은 연금과 함께 민생, 경제 활성화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면서 "야당은 국가 재정 기반을 안정화 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1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28일 전에 최대한 모든 상임위에서 회의를 개최해서 법안 통과의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가 선결 조건" =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한 새누리당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신뢰 회복을 위한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향적 태도 없이는 각종 법안 처리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이유가 없다는 게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이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4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대거 미뤄진 것의 근본 원인은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라며 "파행의 원인 제공자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다른 것들을 자꾸 요구해서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2일 성사된 여야 대표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새누리당을 신뢰할 수 없다"며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과 법안 처리 방침에 대해 "중요한 현안을 매듭짓고 출발해야지, 다 미룬 상태에서 땜빵식으로 몇 개 법안만 처리하는 식으로는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카드로 기초연금 강화나 법인세 인상 등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새정치연합은 이와 함께 여당이 추진 중인 법안을 '가짜 민생법안'으로 규정하고 대신 최저임금법, 주거복지기본법 등 서민 복지 향상을 위한 법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법안 심의를 위한 상임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더라도 야당이 처리하려는 법안에 협조적이지 않을 경우 여야간 논의가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당내 계파갈등을 둘러싼 상황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친노-비노 간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대여 협상에 당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고, 이종걸 원내대표 체제도 출범한 지 갓 열흘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인 원내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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