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총장실로 지난 13일 최순자 총장의 제자 김성일(50세, 화학공학과 90학번)씨가 찾아왔다. 

김성일 씨는 1990년 25살의 늦은 나이로 인하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새벽에는 우유배달을 했고, 학교 학생과에서의 사무보조와 밤에는 학생 과외 등으로 대학 4년의 시간을 쪼개서 지내야 했다. 

최 총장과의 첫 인연은 김 씨가 대학 1학년 때 같은 과의 동명인 친구와 성적이 뒤바뀐 일을 당시 화학공학과 교수였던 최 총장이 해결해 주면서 시작됐다. 
본격적인 사제동행은 김 씨가 2학년이 되었을 때 다리를 다쳐 목발을 한 채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전철로 돌아오던 중 바로 옆자리에 서 있던 최 총장을 우연히 만나면서 이어졌다. 

최 총장은 당시 서울의 불어학원을 다녀오던 차 반가운 인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김 씨의 사정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어려웠던 김 씨의 형편을 알게 된 최 총장은 교육부 주관으로 전액 국비가 지원되었던 일본 산업시찰 기회에 김 씨를 추천해 주었고, 덕분에 김 씨는 인하대 대표로 참가 기회를 얻었다. 

김 씨는 학창 시절 스승에게 폐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매진해 대학 3학년 때 LG인턴으로 학과에서 제일 먼저 취업을 했으며, 학과에서 두 번째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 총장님은 강의실에서 열강과 카리스마로 항상 학생들을 감동시켰고, 강의실 밖에서는 좋은 스승이자 선배로 제자와 후배를 격려 해주시는 큰 누님 같으신 분이셨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과 인하대는 제게 고향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꿈을 찾았고 가난했던 제 삶에 희망을 보았던 곳입니다. 인천에서 현재 초등교사인 아내도 만났고, 열심히 공부하며 고생도 했기에 인하대는 저의 삶에 큰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성일 씨는 평소 아내에게 스승인 최 총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고, 얼마 전 아내가 최 총장 관련 신문기사를 읽고 이를 김 씨에게 전했다. 
김 씨는 대학시절의 감사함과 그동안 바쁜 삶에 치여 찾아뵙지 못했던 송구한 마음에 스승님을 꼭 찾아뵙겠다는 생각으로 이날 최 총장을 찾았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김성일 씨는 최 총장이 자신을 기억할지 걱정했지만 최 총장은 단번에 김 씨를 알아보고 당시의 일들을 기억하며 따뜻하게 제자를 맞았다. 

최 총장 자신도 가난을 딛고 그 가난을 밑천삼아 더 큰 성취를 위해 노력했던 만큼 각별했던 제자의 모교 방문에 기쁨과 감사를 표했다. 

이날 김성일 씨는 “항상 제자를 사랑하고, 학교를 아꼈던 분이 모교의 총장이 되셨으니 동문으로서 마음이 더없이 든든하다”면서 “작은 정성이지만 후배와 학교를 위해 써 달라”며 학교 발전기금으로 300만원을 쾌척했다.

인하대는 최순자 총장 취임 후 김성일 씨처럼 인하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동문과 가족들의 발전기금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최 총장 취임 후 두 달 동안 약 8억원의 발전기금이 답지되었으며, 이는 지난 3년 같은 기간 대비하여 60% 늘어난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