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솔로 앨범 '마이'…"무대 서면 달라지는 날 느낀다"

비스트 장현승(26)은 연예인 할 성격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좋아하지 않고 낯가림도 심하다. 말수도 적고 외로움 타는 일도 즐긴다. 

그러나 무대에 서면 평소 찾아볼 수 없는 끼와 흥이 터져 나온다. 

"무대에 서면 달라지는 절 느껴요. 평소엔 억지 부리는 초등학생 같은데 무대에만 오르면 멋있는 척을 하게 되요. 하하."

최근 첫 솔로 앨범 '마이'(MY)를 발표한 장현승은 강남구 청담동 큐브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룹 비스트, 포미닛의 현아와 결성한 유닛(소그룹) '트러블 메이커'로 성공작을 보여준 그답게 방송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속 악동스러운 표정 연기 등 표현력은 솔로로도 존재감이 충분하다. 

그는 "안무 단장님이 '너처럼 춤추면서 노래하는 가수가 없어야 한다'는 각오로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안무는 뮤직비디오 촬영 하루 전까지 끊임없이 수정했다. '난 테크닉이 훌륭해'라고 과시하기보다 여유롭게 끼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니가 처음이야'는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서 섹시 코드를 앞세운 듯 보인다. 앨범 재킷에도 상반신을 노출한 그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장현승은 "노골적으로 섹시 콘셉트를 잡은 건 결코 아니다"며 "마케팅 측면에서 대놓고 19금 콘텐츠를 선보인 게 아니라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섹시함이 느껴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레 민소매에 청바지 의상, 가벼운 메이크업, 액서서리를 뺀 스타일링 등 캐주얼하고 힘을 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 

평소 연습벌레에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준 그지만 여느 아이돌 가수들처럼 작사·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작곡돌' 이미지를 추가하는 추세여서 의외다. 

그는 "난 플레이어"라며 "욕심 같아선 작사·작곡자로 이름을 올리면 저작권료가 발생하고 창작하는 아이돌이란 이미지도 생기겠지만 전문 작곡가들보다 내 자작곡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내 욕심만 채우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제 연차가 되면 '메이킹'에 욕심을 내지만 첫 번째 솔로 앨범인 만큼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어요. 대신 작곡가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며 음악 방향 등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죠."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신경을 안 쓴 부분이 없을 정도다. 

그는 "비스트 때와 달리 뮤직비디오 티저, 앨범 디자인, 글자 크기까지 내 의견을 냈다"며 "아마 회사 직원들이 피곤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6개월간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는 앨범에는 힙합·알앤비(R&B) 곡들이 근간을 이룬다. 

그루브가 강한 힙합곡 '잇츠 미'(It's Me)를 시작으로 힙합 댄스곡 '니가 처음이야', 알앤비 곡 '걔랑 헤어져', '야한 농담'으로 이어지는 곡들은 통일감이 있다. 

그는 "대중 가수이니 대중이 듣기 편하고 마니아층도 만족시킬 음악을 하고 싶었다"며 "크게 아쉬움은 없지만 다음엔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빅뱅 등 막강한 팀이 많은 상황에서 음원차트 성적은 좀 아쉬웠을 터. 그는 과거 빅뱅의 멤버로 연습생 시절을 보냈지만 데뷔를 위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마지막에 탈락하며 화제가 됐다. 

그는 "빅뱅은 지금 어마어마한 팀"이라며 "만약 내가 (빅뱅에서) 탈락 후 데뷔하지 못하거나, 데뷔했는데 사랑받지 못하고 잊혔다면 안타까운 그림인데 내 방식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는 솔로 활동에 대해서도 "비스트의 연장선, 트러블 메이커 때의 느낌을 주기보다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앨범으로 일생일대의 역전을 하기보다 혼자 무대에 서도 무리 없이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솔로로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족하다"고 말했다.  

장현승은 이 앨범으로 2주밖에 활동하지 못한다. 비스트의 해외 공연 일정 때문이다. 

"사실 공들여 만든 앨범인데 짧게 활동하는 게 아쉽지만, 짧고 굵게 딱 보여주는 것도 멋있지 않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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