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과 31일 실시한 사전투표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 규모 선거 사전투표의 결과는 일단 매우 고무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사전투표에는 전체 선거인 4천129만6천228명 가운데 474만4천241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11.49%였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단위로는 처음 실시한 이번 사전투표를 준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민의 관심과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공적으로 관리했다"고 자평했다. 본 선거가 끝나야 최종적인 평가가 나오겠지만 현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투표율도 상당히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의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재자 투표가 없어지고 도입된 이번 사전투표제의 최대 장점은 신분증만 휴대하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사전투표가 실시돼 선거일이 사실상 3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11.49%라는 놀라운 투표율은 획기적인 유권자 편의 증진이 투표율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현실화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역대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1995년 제1회 68.4%를 기록한 이후 2~5회까지는 50% 안팎에 머물렀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도 총선의 60~70%에 훨씬 못 미쳤다.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20, 30대 유권자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전투표는 적어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젊은층 투표율 제고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연령대별 사전투표율을 보면 29세 이하 15.97%, 30~39세 9.41%, 40~49세 9.99%, 50~59세 11.53%, 60~69세 12.22%, 70세 이상 10% 등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구분해 보면 20대 이하~30대는 25.38%, 50~60대는 23.75%로 30대 이하의 젊은층과 50대 이상의 노장년층이 거의 비슷하게 투표장을 찾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자별로 보면 사전투표 첫째 날인 30일 투표율은 4.75%이고, 둘째 날인 31일은 6.74%로 나타나 주말인 토요일에 유권자의 참여가 많았다. 또한, 본인의 주소를 관할하는 읍ㆍ면ㆍ동이 아닌 다른 지역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유권자는 전체 사전투표자의 43.8%인 것으로 집계됐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이런 성향을 반영해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몇 가지 작은 문제점들도 제기됐다. 우선 장애자나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민자치센터의 2층이나 3층에 투표소가 설치된 경우가 많았는데, 장애인이나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이들의 투표소 접근이 어려웠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발급 수와 투표자 수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사소한 행정실수로 보인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제의 유효성이 드러난 만큼, 유권자들의 소소한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사전투표함은 관할 구ㆍ시ㆍ군 선관위로 옮겨 안전한 장소에서 보관하며 오는 4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즉시 개표소로 이송해 개표된다. 선관위는 보관과 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화재나 사고, 절도, 침입 등으로 투표함이 손상되거나 부정투표 시비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앞으로 4년간 내가 사는 지역의 살림을 맡길 책임자를 뽑는 중요한 행사다. 일꾼을 잘못 뽑으면 지자체는 거덜이 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는 저조한 편이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시행된 전국 단위의 사전투표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투표율을 높이고, 유권자들의 주인의식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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