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최초 챔프전 MVP’의 눈물과 이정철 감독의 눈물과 웃음

국내 최고 세터 김사니(34·IBK기업은행)가 한국 프로배구 여자부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30대 중반에도 최고 세터 자리를 지킨 김사니는 또 하나의 화려한 이력을 추가했다.

김사니는 31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도로공사와 경기에서 팀의 세트 스코어 3-0 승리를 이끌며 우승을 확정했다.

인삼공사에서 뛰던 2009-2010시즌 이후 5시즌 만에 챔프전 우승의 영광을 맛본 김사니에게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김사니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28표 중 12표를 받아 김희진(7표), 박정아와 데스티니 후커(이상 4표), 남지연(1표) 등 동료를 제치고 MVP로 뽑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세터가 MVP로 뽑힌 건 김사니가 처음이다.

지난 시즌 세터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거머쥔 이효희(35·도로공사)와의 라이벌전을 통해 손에 넣은 트로피라 의미가 더욱 컸다.

2012-2013, 2013-2014시즌 '세터 이효희 체제'로 2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기업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효희가 도로공사로 이적하자, FA 자격을 유지한 채 2013-2014시즌 아제르바이잔의 로코모티브 바쿠에서 뛴 김사니를 영입했다.

1년 동안 V리그 자리를 비우고,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사니를 영입한 것에 의문 부호를 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더구나 김사니는 무릎 부상 전력도 있었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조차 "처음 김사니가 팀에 합류했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한 시즌을 온전하게 치를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사니는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날카로운 토스와 30대 중반다운 노련미로 코트를 지배했다.

1월 21일 여자부 최초로 개인통산 세트 성공 1만개를 돌파했고, 세트당 12.286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2위는 이효희(9.00개)였다.

시즌 초 데스티니 후커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후반기부터 데스티니의 구미에 맞는 공이 올라갔다.

데스티니와 김희진, 박정아를 고루 활용하는 김사니의 전략에 기업은행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6라운드부터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10연승을 이어가며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