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동안 인간이 되기위해 수도한 '여우 아내'의 변심

봉성2리 해발 200여m의 산 중턱 100여m 높이에 서낭(성황당)고개가 있다. 이 고개에는 옛날부터 효자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바보지만 효성이 지극한 덕칠이와 노모가 동네에서 떨어진 외딴 집에서 살고 있었다.

덕칠이는 바보스럽지만 효성이 지극하여, 매일 땔나무를 열심히 해서 장에 내다 팔아 늙으신 홀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며 살았다.

그러나 착하기만 한 덕칠이를 동네 사람들은 골려주기를 좋아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동네 청년들은 덕칠에게 길장가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봐 덕칠이, 우리가 자네 장가보내줄까?" "헤헤 좋아요." 이렇게 해서 덕칠은 마을 청년들을 따라 동구밖 서낭당고개에 이르렀다.

청년들은 서낭당고개를 지나가는 여자에게 장가가는 것이라고 하며 제각기 나는 첫 번째 지나가는 여자. 나는 두 번째. 나는 세 번째....나는 몇 번째... 해서 덕칠은 마지막 여자에게 길장가를 가기로 정하고 고개 근처에 숨어서 여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첫 번째 여자는 노파였고, 다음은 어린아이, 다음은 중년부인, 모두가 우스운 상대였으나 마지막에는 젊고 아름다운 낭자가 나귀를 타고 성황당고개를 넘어갔다.
 
그날밤 으스름 달빛 아래, 덕칠이 성황당고개에서 본 낭자를 떠올리며 홀로 뜰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 웬 낭자가 덕칠에게 사뿐히 다가와 곱게 절을 하며 "도련님, 저는 지금 갈 곳이 없는 몸입니다.
 저를 거두어 도련님댁에서 지내게 하여 주십시오. 비록 연약한 여자이오나 힘 닿는데까지 도련님댁을 도와드리겠습니다"고 간청했다.

이렇게 해서 낭자는 덕칠이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는 하룻밤 사이에 덕칠의 집을 고래등 같은 기와 집으로 바꾸고, 창고마다 곡식을 가득 채워 덕칠을 부자로 만들었다.

덕칠의 갑작스런 변화를 이상히 여긴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백년 묵은 여우의 요망한 짓이라고 하여, 자네 정신 차리게, 자네 반드시 요망한 여우에게 죽고 말거야. 여우는 썩은 고기를 좋아하니까 여우인지 아닌지 알려면 썩은 고기를 자네댁 머리맡에 놓아두고 어떻게 하는지를 보게.라고 덕칠이에게 권했다.
 
달 밝은 보름날, 덕칠은 썩은 고기꾸러미를 아내의 머리맡에 놓아두고 밖으로 나와서 아내의 동정을 살폈다.

그러자 아내는 고기꾸러미를 풀어헤치고 허겁지겁 썩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아내의 행동에 놀란 덕칠이 방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러자 아내는 무서운 여우로 변해서" 예, 저는 인적이 없는 깊은 산중에서 백년 동안 인간이 되기 위해 수도한 여우입니다.오늘 보름달이 지는 새벽까지 당신의 간을 먹지 못하면 영원히 죽고 맙니다. 자 어서 이리 가까이 오세요, 어서 당신의 간을 저에게 주세요"하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덕칠은 눈을 감으며 "나는 당신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내 간을 기꺼이 줄 수 있소,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고 계신 늙으신 우리 어머님을 모시지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이오." 이 말에 여우는 덕칠이 곁을 떠나 밖으로 뛰어 나갔다.

큰 바위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서 있던 언니 여우가 동생 여우를 보자 "어서 가서 그 놈의 간을 먹어라. 오늘 새벽이 되기 전에 그 놈의 간을 먹지 못하면 정녕 인간이 되지 못하고 죽는다. 어서 빨리."

언니 여우는 동생을 다그쳤으나 동생은 "언니,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고 그 분은 안 됩니다. 그 분은 마음씨 곱고 효성이 지극한 분입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저에겐 낭군이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분을... "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점점 새벽이 다가오자 언니 여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동생 여우는 모질게 찬바람이 부는 눈 쌓인 언덕에서 죽어 갔다.
 
덕칠은 밤이 새도록 아내를 찾아 헤매다 눈 쌓인 언덕에서 죽어간 아내 여우를 발견했지만  영영 대답이 없었다.
 
그후 덕칠은 여우를 양지 바른 언덕에 묻고 어머니를 모시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이렇게 여우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서낭당고개를 맴돌며 고을 사람들의 입에 오가며 주민들의 무사를 빌고 지성(至誠)을 드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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