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정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후임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도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의 공백을 장기화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인선을 서두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분명히해야할 일이 있다. 국가 안보 분야의 두 수장이 교체된 마당에 지금의 대북 기조를 그대로 가져갈지, 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줄지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인선은 그 방향성에 맞는 적절한 인물을 정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여동안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중 가장 잘한 분야로 외교안보를 꼽는 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국민에게 좋게 비쳐졌던 것과, 외교안보라인의 근본적 정책기조가 옳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군출신 일색의 안보라인이 갖고 있던 대북 경직성은 지금 남북간 군사적 긴장 고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북한에 곧 변고가 있을 것 같다는 예고를 자주해온 남 전원장이나,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국방부 대변인의 공식석상 발언은 우리의 대북 정책 초점이 북한의 급변사태에만 맞춰져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이는 북한을 자극해 남북간 긴장고조의 빌미를 제공해 왔다. 또한 흡수통일론에만 집착해 북한체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플랜 B' 대비는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상황은 긴박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일 군사동맹에 맞서 굳건히 손을 잡았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국가, 중국과 일본간의 대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을 품고 있는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의 복판에 있다.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안보동맹도 중요하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대북 정책의 외교적 지렛대인 중국과의 선린관계 역시 소홀할 수 없다. 균형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러한 때 우리의 외교안보라인이 기존의 대북 강경기조만 고수할 경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올해초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풀릴 조짐을 보이던 남북관계는 지난 2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다시 악화됐다. 북한의 우리 정부에 대한 비방 기조는 역대 어느 정권때보다 강도가 높다. 그러나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해야하는 북한이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진행시켜할 우리 정부 모두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이르면 내달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을 인천 아시안 게임의 북한선수단 참가 등 6·4지방선거 이후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전기는 여럿 있다. 평화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게될 교황의 8월 방문도 남북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살리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의 인선은 우회적인 대북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세월호 참사로 인한 인적쇄신의 필요성으로 돌려막기식 또는 회전문 인사를 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의 새로운 틀을 짜는 인선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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