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고 초기 대응에서 허둥대며 혼선을 빚은 것을 시작으로 답답한 실종자 수색 8일째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실망, 아니 참담 그 자체다.
 

해상 안전 관리·감독을 잘했으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부터 사고 직후 빨리 대응을 못 해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실종자 구조와 수색도 더디어 가슴을 치게 하기까지 어디서부터 문제를 따져야 할지 모를 정도다. 세월호 침몰 이후 보여준 정부의 대응이 참사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래서는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국민을 분노하게 한 구조자 수 번복을 비롯한 정부의 어이없는 대응 체계는 더 말하기에도 지친다.

사고 직후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경 등이 각자 나서면서 대책본부만 10여개가 생기기도 했다. 수색 상황 발표도 수차례 번복한 끝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과하기까지 했다. 사고 발생 직후 해상교통관제센터가 세월호의 이상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해 신속한 구조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허술한 재난대응체제는 더 많은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다. 그동안의 실종자 수색작업도 체계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대처를 믿지 못하겠다며 진도에서 청와대를 항의방문하려고 했을까.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이번에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직자들이 있다.

그동안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이다 뭐다 난리를 쳤지만 돌아보면 그때뿐이다. 공직자들이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한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무책임, 무사안일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안전 관리·감독만 철저하게 했어도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수부나 정부기관 관료 출신이 선박 운항관리와 검사 등을 맡는 기관의 장이나 고위직으로 가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에 눌러앉으면서 정부와 업계의 유착이 심화되고 결국 감독과 견제 기능의 상실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해수부 출신은 산하 공공기관 및 단체 14곳중 11곳에서 기관장을 맡고 있다. 여객선사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 선박검사 업무를 위탁받은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11명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었다. 이것이 어디 해수부 뿐만이겠는가.

재난대응·예방 기관인 소방방재청 퇴직관료들은 소방 관련 협회에 둥지를 틀고 있다. 소방안전관리업무 대행과 소방교육 등을 하는 한국소방안전협회는 회장과 관리이사가 모두 방재청과 지방소방공무원 출신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증권한을 준 민간인증기관 10곳에는 모두 이 부처 출신이 회장, 원장, 부위원장, 부원장 등을 꿰차고 있다. 이밖에도 금융분야를 비롯해 건설, 제약, 식품 등 정부 관료들의 낙하산 관행이 뻗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낙하산 인사가 로비와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적당히 넘어가는 동안 문제가 계속 곪아가고 그것이 어느 순간 터지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곳곳에 사고의 위험을 안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 이제 공직사회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지적되는 낙하산 관행은 정말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관행도 끊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는 지금도 찬 바닷물 속을 드다들며 혼신을 다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챙기며 아픔을 같이하는 공직자들이 있다. 이렇게 국민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고생하는 공무원들이 빛을 내는 정부 시스템을 이번에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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