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아버지의 버킷리스트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려

KBS 2TV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가 28일 시청률 40% 벽을 넘어섰다.  
 
2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가족끼리 왜이래'는 전국 시청률 41.2%, 수도권 시청률 42.2%를 기록했다. 

올해 방송된 프로그램 중 시청률 4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월 막을 내린 KBS 2TV '왕가네 식구들'에 이어 두번째다.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3%대까지 추락하고 인기 드라마도 20%가 꿈의 시청률이 되는 등 TV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시청률 40%가 불가능하지 않음을 '가족끼리 왜이래'가 보여줬다. 

'왕가네 식구들'과 '가족끼리 왜이래' 모두 정면대결하는 경쟁작이 없는, 토~일 오후 8시 황금시간에 방송되는 KBS 2TV 주말극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프리미엄이 있지만, 이 시간대 드라마도 시청률이 10~20%까지 추락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기 때문에 '가족끼리 왜이래'의 선전은 눈에 띈다. 

특히 '왕가네 식구들'이 인기와 비례해 사회적으로 비난도 거세게 받았던 막장 드라마의 대표주자였다는 점에서 막장 요소를 모두 걷어낸 '가족끼리 왜이래'의 인기는 방송가 안팎으로 반가움을 전해준다.  

'가족끼리 왜이래'는 출생의 비밀, 불륜, 음모, 복수 등이 고루 들어가야 관심을 얻는다는 최근 드라마 성공 공식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클리셰'(진부함)가 있기는 하지만 그외에는 유쾌, 상쾌하면서도 가슴이 찡한 이야기로 온가족이 볼 수 있는 주말드라마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드라마는 일찍 사별하고 홀로 3남매를 키워온 헌신적이고 자상한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이 그런 3남매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자 전대미문의 불효소송을 제기하는 이야기다. 차순봉은 바쁘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생일에도 함께하지 못하고, 돈에 치여살거나 심지어는 가족을 뒤로하고 신분상승을 꾀하는 자식들을 바라보면서 자식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그런 차순봉이 알고보니 위암 말기로 3개월의 시간만 허락된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소 신파로 흐르고는 있지만, 드라마는 소송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졌던 자식들이 시간만 나면 대책회의라는 명목하에 얼굴을 맞대고 그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가족의 울타리와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내고 있다.  
 
또한 주인공이 죽음에 직면했다는 극단적인 설정이 있긴 하지만, 그 지점을 제외하고는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코미디라는 옷을 입고 순간순간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 문태주(김상경)-차강심(김현주) 커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물들 간의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코미디는 심각한 이야기를 놓고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작가의 유려한 필력을 보여준다.  
 
'죽음의 그림자가 없는' 마지막 시간을 자식들과 함께 하고 싶은 차순봉의 절절한 부성애와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자식들의 애끊는 슬픔, 그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늦게나마 상대를 향해 쏟아내는 사랑이 '가족끼리 왜이래'를 끌어가는 힘있는 동력이다.  
 
드라마는 또한 차순봉을 중심으로 문대오(김용건)와 권기찬(김일우)이라는 다른 두 아버지의 모습도 조명하면서 그 모양은 각기 다르지만 그 무게는 같은 여러 부성애를 그리며 오늘의 아버지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강은경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여읜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 드라마를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아버지가 볼만한 드라마를, 또 아버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강 작가는 "차순봉이 자식들에게 암투병 중인 것을 말하지 않은 건 남은 시간 그냥 오늘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아프기 때문에 그 삶에 변화가 오는 게 싫은 것이다. 매일매일 똑같지만 또 매일매일 새롭게 만드는 게 인생이고, 대사에도 있듯 '니들이 놓치고 있는 오늘이 결국 또 니 인생'이다"고 말했다. 

28일 방송에서는 차순봉이 자식들에게 제시한 6번째 소원으로 클럽댄스 파티가 열렸다. 참석자 모두 교복차림으로 참석해 근심걱정을 잊고 즐겁게 하나가 되는 모습이 펼쳐졌다.  
 
드라마는 인생을 정리해가는 아버지 차순봉의 버킷리스트를 위트 있게 하나둘씩 그리면서 '가족끼리 왜이래'가 아니라 '가족이니까 이래'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한편, 28일 방송된 다른 드라마의 시청률은 MBC '장미빛 연인' 19.2%, '전설의 마녀' 26.1%, SBS '미녀의 탄생' 5.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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