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물량부족·월세전환 가속화로 강세 이어질 듯

내년에도 주택 매매시장의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단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후속 입법 지연 등으로 뒷심을 받지 못하며 식어버린 시장을 다시 반등시킬 만한 호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기존 매매시장보다는 분양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는 월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물량 부족과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 매매시장 상승 기조…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 

23일 부동산 정보업체와 연구소 등에 따르면 내년 주택 매매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로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이고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저리 대출 지원 등으로 실수요자들이 매수세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매매시장은 소폭 상승하는 선에서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지방 매매시장은 주택공급이 확충되며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인기·비인기 지역 사이에 차별화 현상은 나타날 전망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1.1% 올랐던 수도권 주택(아파트·단독주택 등 포함) 매매가는 내년에는 2.0%로 상승폭을 키우고, 지방의 주택매매가는 올해 2.6%에서 내년 1.0%로 상승폭이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매매시장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겠지만 올해와 비슷하거나 나아진다고 해도 올해 3분기 수준을 뛰어넘진 못할 것 같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 전세난으로 지친 세입자들이 어느 정도나 참여할지가 최대 변수"라고 내다봤다. 
 
박 전문위원은 "전세난이 심해지면 일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도 "매매시장은 내년에도 크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동산 3법이 통과되더라도 당초 정부안에서 후퇴할 것으로 보이고 정부에서 이미 꺼낼 수 있는 규제 완화 카드를 거의 다 꺼냈다는 점,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고 말했다.   

◇ 전셋값 상승세 지속…물량부족에 재건축·재개발 이주까지 

내년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는 없었다. 우선 내년은 올해보다도 입주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입주물량은 24만6천923가구로 올해보다 4%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3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은 45%, 인천은 12%가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 보증금의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며 전세 물건이 귀해져 전셋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내년 1분기에 금리를 더 인하할지도 변수"라며 "금리를 더 낮추면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속도가 더 빨라져 매매시장보다는 전세시장의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지역을 비롯해 이주가 예정된 재건축 아파트도 적지 않은 것도 전세시장의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이남수 팀장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이주 시기를 분산 조절한다고는 하지만 이주 수요가 앞으로 1∼2년 내에 주로 몰려있어 전월세 시장은 강세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전국의 주택 전셋값 상승률을 올해와 같은 3.5%로 예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지방의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과 서울 전세시장은 불안 요인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청약시장 열기, 수익형 부동산 인기 계속될 듯
 
신규 분양시장은 내년에도 열기가 뜨거울 전망이다.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등 호재로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며 건설사들이 내년에도 미뤄뒀던 사업장에서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낼 전망이다. 
 
정부가 신도시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힌 가운데 내년 3월에는 청약제도 간소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동탄2·광교 신도시 등 인기지역에 분양하는 새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올라가고, 전매 제한이 풀리는 인기지역 아파트의 분양권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면서 전체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타는 듯한 '착시현상'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개포지구나 신반포 일원, 가락시영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나 강북 도심 재개발 아파트의 청약 쏠림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박합수 부동산 팀장은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이 대규모 신도시 공급에서 도시재생으로 바뀐 만큼 내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가와 상가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투자 측면에서는 이미 소형 아파트도 가격이 많이 올라 계륵이 된 상황이고, 결국 경매나 상가·오피스텔 투자 등이 여전히 주목받는 상황"이라며 "특히 상가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남수 팀장도 "상가나 건물 등에 투자자들이 몰려 내년에도 수익형 부동산이 초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한때 투자 목적으로 주목받던 오피스텔은 공급과잉으로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인기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아파트 등 주택시장은 이미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돼 주택시장 투자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수익형 부동산 역시 철저히 수익률을 따져 판단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합수 팀장 역시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를 예상하면서 "신규 분양시장과 강남권 등 도심 재건축·재개발 시장도 투자처로 조명받을 것"이라며 "투자성만 놓고 따진다면 그린벨트 해제 예정 지역이나 도시에서 근접한 농지 등 토지에도 관심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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