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 아베 정권은 일본 사상 최악의 정권입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이런 일본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는 일본 시민단체 '헌법9조 세계로 미래로 연락회'(9조련) 주관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천126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 단체는 반전·평화운동과 전쟁포기를 골자로 한 일본헌법 9조 개악 반대 활동을 하는 곳으로, 지난 2006년부터 1∼2년에 한 차례 수요집회를 주관하고 있다.

집회는 '한국에 슬픈 일이 있었다'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일본인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시민과 함께 고개 숙여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호시카와 카즈에 9조련 방한단장은 할머니들에게 안부를 묻고는 "오늘로 7번째 수요집회를 주관하게 됐다"며 "아베 정권에 맞서고 할머니들과 연대해 전쟁하지 않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토 나리히코 일본 주오대 명예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으로 알려져 국제사회가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해결될 때까지 할머니들이 건강하시고, 나쁜 일본 정치인들이 물러갈 수 있도록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8)·김복동(85) 할머니가 자리를 지켰고, 일본 단체 관계자 20여 명과 한승헌 전 감사원장 등 150여 명(경찰추산)의 시민이 한마음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등 날씨가 제법 더워져 참석한 시민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바닥에 큰 종이를 펼쳐 놓고 위안부 피해자와 희망 등을 상징하는 '나비' 그림을 함께 그려넣기도 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군 위안부 문제 논의를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오는 15∼16일 일본 도쿄에서 재개되는 것과 관련, "(일본은) 고노 담화에서 언급했던 강제성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도쿄에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위안부 피해자와 활동가들과 함께 연대 회의를 연다"며 "한국과 일본을 떠나 전쟁범죄를 확실히 처벌하지 못한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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