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 학술회의서 지적

세월호 참사가 한국의 전통 덕목이었던 '선비의 자세'의 실종 때문에 발생했다는 견해가 나왔다.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는 13일 한국국학진흥원·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3회 퇴계학과 근기실학 공동학술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의 핵심 원인은 문화의 결여"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김 교수는 '왜 우리는 지금 여기서 선비를 다시 논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에서 "회사 경영자, 선장, 승무원 각자가 자신이 세상을 책임지는 존재라는 선비적 사명감과 자질, 즉 인(仁)과 의(義)의 도덕을 몸에 익혔더라면 사고는 그렇게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설사 예기치 않게 사고가 났더라도 그렇게 인간다움이 처절히 배반당하는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외의 참사를 당하면서 우리가 그토록 발전의 이름 하에 정신없이 달려왔던 지난 과정의 필연적 문제가 드디어 터지기 시작한다는 점을 발견한다"며 "그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전통 시대에 이상적 덕목으로 삼은 유자(儒者), 즉 선비의 자세를 더는 지니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비를 '수단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터득해 입신출세를 도모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이를 공공의 가치로 삼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를 생명으로 삼는 도덕적 존재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융성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문화를 상품으로 개념화해 그 소비시장을 석권하는 것으로써 새로운 경제 영역을 개척한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간다움의 의미와 그것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 일상에서 아름답게 실천되는 방식이 하나의 체계를 이룸으로써 사회의 품격과 삶의 품질이 확보되는 문질빈빈(文質彬彬)의 상태가 곧 문화융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 세태에 대해 "과정의 정당성 없이 결과만 중시하는 철학으로 사람의 평가에서 유학적 선비의 장점을 다 몰아냈다"며 "도덕적 기준에 충실해지려는 사람은 바보가 되는 세상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미야지마 히로시(宮島博史)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특임교수는 토론에서 "세월호는 규정된 적재량보다 훨씬 많은 짐을 싣고 출항했으며 그것도 처음이 아니라 계속 그런 사태가 있었다고 한다"며 "일본과 비교해 말한다면 자연과학, 공학 지식이 너무나 경시 내지는 무시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미야지마 교수는 "한국에서 기술자, 과학자의 사회적 지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원인에 혹시 조선시대 이래의 전통이 작용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실학파의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 자연에 대한 연구가 어땠는지도 다시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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