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홍정윤 기자] 민주당 이낙연 전 당 대표가 탈당했다. 그는 탈당 선언문에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라면서도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라고 했다.

그의 탈당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일부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친명 원외 모임은 그의 탈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물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도 보수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전남 지사 시절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발언했으며, 동아일보 기자였을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대한 영도자’라고 지칭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24여 년간 민주당을 지켰고 전 당 대표를 역임했다. 하여 민주당은 그에게 ‘그동안 고생하셨다. 길은 다르지만 올곧은 대한민국 정치를 만드는 데 힘써달라’라고 최소한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송영길 전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 대선 당시 망치 피습을 당했으나 붕대 투혼으로 유세장에 나섰다. 그러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총장의 돈 봉투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은 선을 그었다. 지금 아무도 그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탈당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탄압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그의 부인과 함께 진실을 밝히겠노라며 투쟁 중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준석·김기현 전 당 대표는 둘 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국힘은 이준석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고 있고, 김기현 전 대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이 과정을 지켜본 김용남 전 국회의원은 탈당하며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정치부 기자들이 가끔하는 실수가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질문하는 것이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만약 전 대표들에게 기본 예우를 갖추고 ‘그간 고생하셨다’라고 했다면, ‘병 주고 약 주나’ 소리를 들을지언정 후대에 전해지는 역사책에 ‘예(禮)를 갖췄다’라고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정치권 인사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노무현·김대중 정신을 말한다.
왜 정치권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치는가? 이는 고인들이 그른 일에 눈감지 않았으며, 이에 더해 ‘서로 다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을 추진하는 전당대회 당시 유일하게 손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3당 합당을 야합이라고 반대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났다.

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한·미 FTA까지 감행했다. 지지자들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다 싶은 길을 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납치·살해 위협에, 1980년 5·17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영어의 몸까지 되었지만, 대권을 잡은 후에 정치 보복하지 않았다. 

현 정치권에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누가 그른 정책을 앞세운다면 쓴소리를 내지르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비전과 가치가 다르다면 ‘당신은 당신이 옳다 하는 길을 가라’라고 보내주면 된다.

여·야 지도부는 파부침주(破釜沈舟)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라 듣는 것이고 토론이다.

퇴계 이황 선생은 기대승에게 보낸 서한에 ‘가슴 깊이 불쌍히 여기고 부끄러워하고 양보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그런 정(情)은 어디서 펼쳐지는 것일까요? 인간이 지닌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성으로부터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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