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윤·조태근 기자] 故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해 ‘통합’을 강조하며 그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가 1월6일 오후 2시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인사 수백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사진=홍정윤 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가 1월6일 오후 2시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인사 수백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사진=홍정윤 기자)

경기도와 김대중재단, 100주년 기념 추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최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5일 오후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려 여·야·정 고위 관계자,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5000여 명의 시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 90세를 맞은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개식 선언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상징인 정치 지도자”라고 김 전 대통령 업적을 기렸다.

문희상 김대중재단 준비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백범 김구 선생의 애송시 ‘답설야중거’를 늘 말씀하셨다”라며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것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통합을 강조하며 현 정부와 정치를 향한 날선 발언도 곁들였다. 

문 전 대통령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걸출한 지도자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행운이었다”라며 “그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이 전진하는 진보의 역사였다”라고 축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님은 민주주의, 서민, 경제, 남북 평화를 위해 온몸을 바치셨다. 사상 처음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IMF 위기를 국민과 함께 빠르게 극복했으며, 사상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시셨다”라고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나열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많은 핍박을 받았음에도 집권 후 일체의 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 통합의 정치를 펼쳤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위대한 지도자 김대중의 업적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었다”라고 김 전 대통령을 회고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내 몸의 반이 무너질 것 같다며 비통해 마지않았던 대통령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라며 그를 추억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6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조태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6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조태근 기자)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지금도 저는 김대중 대통령님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하신 말씀을 잊을 수 없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님은 민주주의 위기, 민생 위기, 남북관계 위기 3대 위기를 통탄하면서, 나는 이제 늙고 병들어 힘이 없으니 젊은 당신들이 나서서 야권 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하셨다”라며 “그 당부는 우리 후배들에게 남긴 김대중 대통령님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고, 제가 정치에 뛰어들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또 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오늘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 앞에서 부끄럽다”라며 “대통령님이 염원했던 세상이 다시 멀어지고 있고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시 위태롭고 국민 경제와 민생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국제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적대와 보복의 정치, 극도로 편협한 이념의 정치로 국민통합도 더욱 멀어졌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라며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민생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진정한 의회주의자”라고 바라봤다.
김진표 의장은 “야당의 지도자 시절 국익과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 여당과 초당적으로 협력을 강화했다. 대통령 재임 시에는 국회와 야당을 존중했다”라고 발언했다.

한덕수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삶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의 역사 그 자체다. 일생을 민주화에 헌신하시고 그 과정에서 큰 고초를 겪었음에도 화해와 통합의 정신을 실천했다”라며 “한국 현대사의 거인”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 총리는 “통합의 지혜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만들어 가겠다”라며 “우리 정부는 대통령님의 유산을 깊이 새기며 분열과 갈등을 넘어 신뢰와 통합의 시대를 여는 데 힘쓰겠다”라고 약속했다.

피습 치료 중인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는 고민정 최고위원을 통해 축사를 전달했다.
이재명 대표는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을 위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일 것이다”라며 “민주주의는 언젠가는 온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하면 빨리 오고, 외면하면 늦게 온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달라. 말씀의 실천으로 응답해야한다”라고 전했다.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은 “여당인 국힘을 대표해 온 것이기도 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온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님의 새 정부가 미증유의 경제 위기 속에서 출발했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님께서는 특유의 혁신과 지혜로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로 모아서 위기를 극복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당시 저희집에서도 금무기 운동에 줄을 서서 동참했었다”라며 “지역과 진영에 상관없이 이 나라가 하나 되는 굉장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나라에 꼭 필요한 화합과 공감의 경험을 그때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해내셨다”라고 김 전 대통령을 높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우리는 김대중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그 거인이 쌓아온 업적과 비전의 어깨 위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살아왔다”라며 “뜻깊은 김대중 대통령 100주년 탄신 기념행사를 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혜와 용기를 다할 것이라고 하는 다짐을 다시 한다”라고 말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저희 아버님께서는 정치를 할 때나 대통령 재임 시 ‘언제나 하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하고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물으셨다”라며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해 고난을 받으셨지만 국민과 역사를 믿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사셔서 탄압과 모함을 했던 모든 사람들을 다 용서하시고 국민통합을 위해 애쓰셨다”라고 부친을 회상했다.

이날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교류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도 영상과 서한을 보내 탄생 100주년을 축하했다.

또한 바리톤 고성현, 조수미 소프라노의 축하 공연과 100주년 기념 드라마콘서트 ⌜평화의 별, 통일의 강⌟ 공연도 열렸다. 특히 주최 측은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故 김대중 전 대통령 AI 연설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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