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홍정윤 기자] 국정원의 선관위 해킹 취약 발표에 선관위는 법적·제도적 통제 장치 등을 배제한 상태의 보안점검일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이에 그치지 않고 여·야로까지 공방이 번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월11일 국정원의 선관위 해킹 취약 발표에 대해 선관위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사진=홍정윤 기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월11일 국정원의 선관위 해킹 취약 발표에 대해 선관위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사진=홍정윤 기자)

국가정보원은 선거관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7월17일부터 9월22일까지 합동보안점검을 실시했다.

국정원은 10월10일 ‘투표 시스템과 개표 시스템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선관위는 자체 평가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국정원에 통보했으나, 합동보안점검팀이 동일기준으로 재평가 한 결과 전산망 및 용역업체 보안관리 미흡 등에 따라 31.5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에는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하고, 접속 권한 및 계정 관리도 부실하여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라고 했다.

국정원은 이를 통해 ’사전 투표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하거나 ‘사전 투표하지 않은 인원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할 수 있고, 존재하지 않은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해커가 선거인명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정원은 개표 시스템에 대해서도 ‘안전한 내부망(선거망)에 설치·운영하고 접속 패스워드도 철저하게 관리하여야 하나, 보안관리가 미흡해 해커가 개표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국정원은 ‘투표지분류기에서는 외부장비(USB 등) 접속을 통제해야 하나, 비인가 USB를 무단 연결하여 해킹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다’고 짚었다.

선관위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반박 입장문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사전 준비에서 침입탐지·차단 등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았고,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통제 장치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운영 중인 시스템·장비를 대상으로 순수하게 기술적인 내용에 한정하여 실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는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추어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또 선관위는 ‘우리나라의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라며 ‘투·개표 과정에 수많은 사무원·관계공무원·참관인·선거인 등이 참여하고 있고, 실물 투표지를 통해 개표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발급에 대해서도 ‘청인, 사인 외에도 투표용지 발급기 및 전용드라이버·프로그램을 모두 취득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여당은 바로 선관위를 질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0일 “가족·친지까지 채용 비리를 저지르며 자리 차지할 궁리만 하고 있었으니 내부에 뚫린 구멍이 눈에 띄었을 리가 만무하다”라며 최근 언론의 도마에 오른 채용 비리의혹을 언급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11일 “그간 선관위가 보여준 도덕적 수준을 생각하면, 내부 공모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냐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라며 “자기 밥그릇만 지키는데 더 혈안이 된 선관위의 직무유기가 초래한 참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유 대변인은 “최근 2년간 악성 코드와 해킹 메일 공격을 8차례나 받았고, 이 중 7번이 북 정찰총국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통보했음에도 선관위는 사전 인지는 물론 적절한 대응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의 선관위 해킹 취약 발표에 대해 국정원이 또다시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사진=조태근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의 선관위 해킹 취약 발표에 대해 국정원이 또다시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사진=조태근 기자)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또다시 과거의 버릇을 못 버리고 정치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라고 비꼬았다.

이어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2일 합동점검 결과가 끝난 내용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를 하루 앞두고 발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해킹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보완책을 제시하는 것이 국정원이 할 일”이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투표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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