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오전 1시40분께 안산 화랑 유원지내 합동분향소 뒤편 나무 밑에서 허리띠로 고리를 매려던 A씨가 경찰에 발견돼 가족에 인계됐다. A씨의 딸은 전날 밤 분향소로 오기로 한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즉각 위치 추적에 나서 이 가족의 또 한번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지난 9일에는 안산시 단원구에 거주하는 B씨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집에 쓰러져 있다가 병원에 옮겨져 위세척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당시 B씨는 SNS 유족 단체방에 "다른 세상에서라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을 본 다른 유족이 급히 집을 찾아 화를 면했다. 유족들은 아마도 5일 '어린이 날'과 8일 '어버이 날'을 보내면서 자녀의 부재로 인한 심적 고통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하긴 어찌 이런 기념일뿐이겠는가. 유족들은 살아있는 동안 어쩌면 한시도 이 통한의 아픔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유가족들이 절망의 끝에서 비극적 선택을 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당국과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시점이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170만명을 넘어설 만큼 전국적인 추모 물결이 높은 가운데 고위 공직자가 유가족을 위로는 하지 못할 망정 상처를 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SNS상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는 10일 박승춘 보훈처장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9.11 테러사건에 비유하며 국민 비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박 처장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보훈처 '나라사랑' 전문강사 100여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면 미국은 단결하는데 우리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9.11 테러사건을 선박 침몰 사고에 비유한 것도 문제지만 선박안전관리와 감독실태, 재난대응체계의 무능함 등이 정부와 무관하다는 식의 인식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300여명이 유명을 달리한 대참사에 대해 이렇게 개념 없이, 무신경하게 말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유족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발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흔히 단장(斷腸)의 고통에 비유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과 같은 극한의 고통을 지금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들이 겪고 있다. 일반 승객의 유족들도 비슷할 것이다. 실종자수가 아직 29명에 이르지만 조만간 시신수습이 완료되고 세월호사고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서서히 언론에서 밀려나게 되면 유족들은 오롯이 혼자만의 고통에 직면하는 끔찍한 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고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자칫 자살과 가족해체 등의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는 지금부터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또 다른 위기 시점이라는 점을 유념하고 유족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유족들이 상실감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교하고 전문적이며 체계적인 치유프로그램을 서둘러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부처가 구심점이 되어 지자체,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분야에 경험이 일천한 우리로서는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 지원해주는 방안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타파하고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유족들이 느낄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감사함, 따듯한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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