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서부경찰서 서곶지구대 경감 이영열

얼마전 부산 강서구 일대에서 맨홀뚜껑 22개를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범인은 잡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맨홀뚜껑이 없으면 보행자도 차량 운전도 위험에 빠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사건으로 지난 11일 부산 거주 문 모씨도 오른 발이 빠지는 사고로 1.3미터 아래로 곤두박질쳐 부상을 입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철제로 된 물건을 가져다가 고물상에 판매하는 자들이 늘어나면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멀쩡한 남의 철제 대문, 전기가 통하고 있는 전선, 소방호수, 심지어는 아파트의 알루미늄 계단 창문을 모두 떼어가는 사건도 있었다. 범죄인에게 안전 불감증에 대해 말하는 게 바위에 계란치기일까. 어떤 범죄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학과목은 없다. 다만, 정직하여라, 선행을 하라는 도덕률, 윤리를 가르치는 것에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다고 느껴지는 게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물론 법률을 정하면 그 법규정 속에서 직접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사회질서규범 즉, 죄를 범하면 처벌받으니 이런 법을 위반하지 말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으로 사회에서는 국민에게 범법자로 나서지 말 것을 모두 선언해 놓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비행을 범하면 학칙에 의해 조치됨을 알리는 것보다 선행과 준법의식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전에는 무단 횡단하는 자를 경관이 호루라기를 불면 미안해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리던 것을 지금은 호루라기 소리에 누구를 부르는 걸까하고 갸우뚱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적 준법의식이 이대로 좋은가 라는 회의가 든다. 먼 길을 돌아가도록 횡단보도가 없는 것을 탓할 뿐으로 말이다.

세월호 운영책임자는 자신의 수입과 이익을 위해서 선박의 구조를 바꾸었고 판교의 환풍구 추락사고는 환풍구의 부실시공, 그리고 공연관계자의 무대책이 큰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1995년 4월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참사, 1999년도의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참사사건에도 모두가 인재에 의한 것에 안타까움을 더해 지난 과거사건에 애증감을 느낀다.
맨홀뚜껑이 없는 거리는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차량의 연쇄사고로 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맨홀 뚜껑을 열어놓고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 

맨홀뚜껑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윤리 교육과 책임의식, 사회적으로 넓게 생각하면 주민애향심, 국민적 애국심도 기본도덕의식과 함께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 까. 사회 모든 기관, 기업체, 단체에서는 자신의 소명에 대하여 정직하고도 강한 책임의식을 가져야겠다는 말이다.
또한 맨홀뚜껑이 없는 텅 빈 홀을 보고 응급적 조치를 취해야 함이 필요하다. 지금도 위험한 상태의 배가 항해를 하는 것은 아닐 까, 내 책임 하에 문제 지역은 없는 것일까 하는 꼼꼼히 빈틈없는 스스로의 책임정책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감독하는 곳에서는 천명으로 여기며 사려깊게 확인해야겠다.

얼마전 미국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많은 자의 입에 회자되었는데 그것은 모래와 낙엽을 쌍아 둔 곳 위로 주차금지선 페인트를 칠해 놓은 사진이었다. 무책임한 처사의 극치로 자신은 자기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마음속의 텅 빈 곳을 튼튼한 맨홀뚜껑을 찾아 빨리 닫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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