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독도에 지으려던 입도지원센터 건립 계획을 사실상 취소한 것으로 전해지자 일본 정부 대변인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내 한국 측 사업은 국가(일본)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여러 급(級)에서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계획이 취소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 아닐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법에 따라 냉정하고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한국정부에) 계속 말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한국 측이 판단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0일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를 통해 입도지원센터 건립 계획을 공고했다가 열흘만에 입찰 공고를 취소한데 이어 다음날인 지난 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관계장관회의에서 돌연 공사 중단을 결정하고는 이를 쉬쉬했다. 

그러다가 나흘 뒤 우리 언론의 첫 보도가 나오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고, 일본 정부는 즉각 공식 반응을 통해 "우리가 설득했더니 한국이 물러선 것"이라며 마치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자신들이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인냥 너스레를 떨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의 공사 중단 결정 배경에는 일본 눈치보기 성격이 다분해 보인다. 이 센터 건립의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가 건립 공고를 내자 뒤늦게 외교부에서 제동을 걸어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고, 이 자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건립중단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정부는 공사 중단 파장이 커지자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과 관련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지난 2008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이미 문화재 관리위원회의 승인까지 받았고 종합적 검토를 거쳐 올해 3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사업이어서 정부측의 해명은 군색하기 이를데 없다. 

또 외교부 주장대로 이 시설물이 일본의 분쟁지역화 전략에 말려들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애초 해수부 예산 배정단계에서부터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어야 했다. 그 이후에라도 국제 정세와 양국 관계의 변화 기류로 인해 사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연기, 또는 취소할 필요성이 있었다면 사전에 관계 부처간 협의와 조율을 거쳐 공사 진행 여부를 결정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이미 1년전에 예산 배정이 확정됐고 이를 집행하고자 입찰 공고까지 낸 마당에 뒤늦게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사중단을 결정한 것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원칙과 정책 조율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논란에서 한발짝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도 우리 정부가 되려 한일 관계 개선에 마음이 급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해 진정성 있는 과거사 해법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한일정상회담을 미뤄온 것에 국민들은 마음으로 지지를 보냈다. 

한일 관계 개선은 필요하고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후안무치한 역사·영토 도발이 도를 넘어선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설물 건설 중단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을 보면 도무지 우리 정부의 독도 정책, 나아가 대일 외교정책에 일관성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이런 허술한 결정 과정을 통해 내려진 정책이 우리 외교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어도 되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향후 독도 문제가 제기되면 이번 케이스를 예로 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 들 것이다. 
우리로서는 카드 하나를 내준 셈이다. 이번 사안은 독도 시설물 건립이 일본의 분쟁화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6년전 독도의 영유권 강화와 실효적 지배를 위해 시설물 건립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도 우리 정부였으니 뒤늦게 정부의 전략적 판단미스 여부를 논할 생각도 없다. 

다만 독도 문제와 같은 중대한 외교 사안을 다루는데 있어 정부의 한심하고도 안일한 자세, 그로인해 상대국으로부터 조롱에 가까운 언사를 듣고, 나아가 향후 외교적 패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 대외 정책의 민낯을 고스란히 내보인 이 사안을 그냥 덮어두고 조용히 넘어가선 안 된다. 분명한 책임 규명과 그에 따른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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