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군(軍)의 무기 구입 및 개발 체계가 비리와 무능으로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4일 기뢰 탐색과 제거작업을 수행하는 소해함에 장비를 납품하는 대가로, 방사청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넨 한 국내 민간업체의 이사 김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방위사업청(방사청)의 최모중령이 미국 H사의 가변심도음파탐지기(VDS)가 소해함에 납품될 수 있게 서류를 변조해주자, 그에게 5억여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한다.

최 중령은 김씨의 매형으로부터 체크카드를 받아 전역하기 전까지 6천여만원을 사용했고, 전역 후에도 김씨로부터 4억5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야할 군인이 돈에 눈이 멀어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군(軍)의 무기 운용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경찰에 따르면 대만산 값싼 방열팬이 프랑스산 고가품으로 둔갑돼 지난 10년간 납품됐고, '짝퉁' 방열팬은 윤영하함 등 각종 군함의 위성통신장치 등에 장착됐다고 한다. 그러나 군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군이 납품받은 무기들의 설계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하는지 의문이다.  
 
지난 2006년 출범한 뒤 무기 구매 등을 위해 매년 수십조원을 주무르는 방사청의 업무 시스템이나 조직이 그처럼 큰 허점을 갖고 있었고, 비리에 취약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도대체 역대 방사청장들은 그런 허점을 보완하고 비리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우리 군에 그토록 불량무기가 많은 것은 무기 개발이나 구매 시스템이 허술했기 때문이 아닌가. 방산 비리는 무기뿐 아니라 피복과 식재료 등 군수품 납품까지 퍼져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 3월 군수품의 부품과 원자재를 납품하는 241개 업체가 공인시험성적서를 2천749건 위·변조한 사례를 적발해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군부대 매점(PX)의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받거나 입찰 제도를 악용해 납품비리를 저지른 국군복지단 및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현직장교들이 방사청에서 업체들의 로비를 받고 전역한 뒤에는 해당업체에 취업하는 일도 잦은 것도 문제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령급 이상 퇴역 군인 중 243명이 영리 민간업체에 취업했고, 95명은 전역 2년 이내에 방위산업체에 들어갔다. 무기 납품 `로비'를 쉽게 만드는 이런 구조가 방산 비리를 더 조장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곪을대로 곪은 방산비리를 이번 기회에 근절해야 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안보 비리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반국가적 범죄"라며 "방산 비리 척결과 빈틈없는 안보를 위해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 구성은 물론 국회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깊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이적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마련중이다. 특히 감사원은 우리 군의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실태 전반에 대해 6년 만에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방산 비리 그 자체는 물론 방산 비리를 가능하게 만드는 허점 투성이 시스템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방산비리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대검찰청과 군 검찰이 합동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혈세가 비리 군인, 비리 업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거나,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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