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연방 상·하원을 동시에 석권하게 됐다. 

2006년 조지 부시 행정부때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한 이래 8년만의 여소야대 정국이다. 특히 전체 의석이 100석인 상원은 현재 민주당이 55석, 공화당이 45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공화당이 최소 52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미국 주요 언론들은 보도했다.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최소 226석(과반은 218석)을 얻어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선거 패배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후반 국정장악력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급격한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중간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대패한 원인을 놓고 여러 분석들이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집권 6년차의 저주'가 작용했다고 말한다.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임기 2년이 지난뒤인 집권 6년차에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98년 클린턴 대통령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길어지면 피로감이 쌓이고 이것이 집권당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러시아에 밀렸던 미국 외교의 수모,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위협에 대한 대응 실패, 서아프리카발(發) 에볼라 확산 우려에 대한 대처 미흡 등도 패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 개혁으로 인해 부담을 떠안게된 백인 중산층이 오바마에게 등을 돌렸고, 아랍 이슬람 세계와의 대화에 치중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데 대해 미국의 정치, 금융, 언론계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이 반감을 갖게 된 것이 여론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각종 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체감 경기가 싸늘한 것이 이번 선거의 직접적 패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미 경제전문방송인 CNBC가 지난달 8일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해 집권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응답자의 79%는 '경제가 그저 그렇거나 좋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는 2분기 경제성장률 4.6%,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실업률(9월 5.9%), 오바마 집권 기간 130% 가까운 주가 상승률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 호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결과다. 

미국인들이 이처럼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임금 인상이 정체되는 등 일반인들의 소득수준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규직보다 임시적 저임금 일자리를 늘리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역시 문제는 경제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를 그 누구도 '공화당의 승리'라고 하지 않고 '민주당의 패배'로 부른다. 민주당, 아니 오바마 대통령이 싫어서 공화당에 표를 몰아줬다는 얘기다. 아무 한 일도 없는 공화당이 상대방의 실책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우리 정치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현상이다. 과거 반(反)노무현 정서에 힘입어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했고,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의 헛발질로 별로 한일도 없는 새누리당이 득을 보지 않았던가. 유권자의 심판은 준엄하지만 표심은 감성적임을 또다시 입증한 것이 이번 미국 중간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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