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완영 (주)에임하이 대표.
                                               황완영 (주)에임하이 대표.

[기고=황완영 에임하이 대표] 대부분 사람들에게 조경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무 심는 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순히 나무 심는 것은 조림(산림)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경은 무엇인가? 한자로 지을 조(造), 볕 경(景)으로 ‘경치를 아름답게 꾸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경관을 꾸미는 모든 것을 칭한다.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심기 위한 공간 자체를 꾸미는 것을 말한다. 땅의 높낮이를 조정하고, 보기 좋은 방향에 맞춰 큰 나무를 심고, 주변에 작은 꽃나무로 모양을 내고, 둘러보기 좋은 코스로 산책로를 깔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하는 등 일련의 과정은 서로 유기적인 영향을 주기에 ‘조경’이라는 분야에서 상호관계를 고려해 조화롭게 조성하는 일을 한다.

약 15년간 조경업에 종사하며 나름 쌓였던 오해 아닌 오해를 풀려다보니 서론이 장황해졌다. 이렇듯 조경은 전문분야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생활 속에 가까이 있다. 당장 눈 앞 책상위에 홀로 놓여 있는 화분만 하더라도 가장 작은 조경이라고 칭할 수 있다. 삭막한 내 책상에 한 줄기 빛으로 힐링을 위해 놓았을 것이다.

서론에서 얘기한 내 눈 앞의 ‘경치를 아름답게 꾸밈’을 생활 속에서 실행한 것이다. 건물 실내의 벽면에 식물을 심어 경관을 조성하고 로비 등 공간에 작게 축소한 정원을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의 실내조경도 우리가 쉽게 접하는 생활속 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아파트는 외부에 주차공간이 사라지고 조경으로 채워지게 되면서 연못, 바닥분수 등 다양한 수경시설과 야외카페테리아, 놀이터, 운동시설 등 다양한 외부 공간은 수목들과 어우러지며 생활 속에서 익숙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주변에 랜드마크적 대형 공원과 중소형 공원들이 많이 생겨나며 ‘팍(park)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는 등 우리가 주거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항목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처음 조경이라는 실무에 입문했을 때에는 흔히 말하는 ‘노가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나 조차도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며 ‘노가다’라는 직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워라벨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어가며 삶의 질을 높이는데 조경이라는 분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져 ‘노가다’가 아닌 ‘조경가’로서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가 상상하는 공간을 고민하고 조성해 최종 결과물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 공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전문가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요즘에는 ‘아빠가 만든 놀이터야’라고 보여주고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조경을 시작하라!

장황하게 정원을 만들어 큰 나무를 심고 흔들그네를 들여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에 내가 가장 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 사무실 책상에 가장 오래 머무는 직장인이라면 화분에 미니어쳐로 꾸민 작은 정원을,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볕이 잘 드는 곳에 화분과 그림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조경이 있다.

정답은 없다, 내가 보기 좋은 것이 최고의 조경이다. 나의 오랜 꿈인 마당이 있는 집에 우리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만든 집을 소개하는 기회가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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