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대화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당분간 남북대화가 열리기 어렵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은 지난 1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에서 "우리의 최고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 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 대화도, 북남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심지어는 박근혜까지 나서서 인간쓰레기들의 삐라 살포를 막을 수 없다고 공언하는 데 이르렀다"며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성명은 또 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 사람들을 북측에 인도하지 않으면 이들에 대한 `처단작전'을 단행하겠다면서 "그 처단 대상으로 살생부에 오른 자들은 우리가 이미 선고한대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무주고혼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조평통의 성명은 단순히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국민에 대한 테러 위협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2일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북한이 "민간의 자율적 전단살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를 비호·지원한다고 왜곡하고 이를 빌미로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고, 국민에 대해 '처단' 운운하는 것은 남북합의와 국제규범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언동이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려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특히 북한은 지금까지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이나 아웅산 테러, 판문점 도끼 만행,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의 테러 행위를 자행하고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군(軍)이나 치안당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한시라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우리 국민에 대해 테러 위협을 하는 대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대화의 시작이다. 

북한은 대북 전단 문제와 함께 인권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남북관계 파국의 이유로 들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남한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미국에 동조하면 남북관계의 파국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보면 북한은 대북전단 문제 말고도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유로 또다시 남북대화를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대화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경직된 태도를 버리고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돌발적인 행위나 성명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고 원칙에 충실한 대북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북한은 앞으로도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나, 북한에 부정적인 언론보도 통제,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등을 우리 측에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가 남북대화를 위해 자유와 원칙을 훼손해야 한다면 그런 남북대화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이나 경제난 등으로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 아무런 조건없이 남북대화에 응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급함보다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여유와 인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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