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돼버렸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탑재용 잠수함을 진수하고 잠수함에 장착할 미사일 발사용 수직 발사관 장치실험을 지상과 해상에서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 러시아에서 `고철' 취급을 받던 골프급 디젤 잠수함을 수입해 이를 해체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국방 전문가들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고 했던 일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만일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이를 잠수함에 운용할 경우 그 파괴력은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흔드는 상황으로 전개될수도 있다. SLBM의 사거리는 1500~2500마일(2400~4000km)에 달한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러시아 사할린 섬 근처의 영해에서 미국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를 향해 공격할 수 있으며 서해에서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마디로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이 태평양 바닷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면서 한미 연합전력을 위협하게 된다는 얘기다.  
 
북한이 세 차례 핵실험 이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진수해 이를 미국의 첩보 위성에 노출시킨 것은 핵무기와 이를 운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상에서 공중으로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KN-08을 이미 개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수중에서의 운반 수단을 가졌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북미 대화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10월 말∼11월 초'로 예정됐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 합의 마저 사실상 무산되면서 남북관계가 또다시 초경색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북한의 SLBM 발사 가능 잠수함 건조는 단순히 협상의 지렛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작동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높은 수준의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우리군의 대응 태세다. 우리군은 오는 2020년 이후나 돼야 수직발사관을 탑재한 3천톤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할 계획이어서 최소한 이 분야에서 북한에 6년은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 군에는 수중 잠수함을 탐지할 수단이 아직 부족하고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을 요격할수 있는 무기체계는 아예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2020년 초반을 목표로 구축중인 `킬체인'은 지상시설과 이동식 발사대가 주 타격목표여서 해상에서 발사되는 SLBM의 대응 체계로는 효용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요격 시스템의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잠수함을 통한 발사를 사전에 탐지해 저지하기 위해서는 해군의 대잠전력 강화도 필수적이다. 이는 모두 방위산업과 직결돼 있다. 

하지만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무려 41억원에 사들인 구조전문 함정 '통영함' 사건에서 보듯 방위산업계의 비리가 만성적이고 고질화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고조되는 위협에 대한 효율적 대응체계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허망할 정도다. 

남북간 경제력 격차가 아무리 크고 방위비 지출이 북한의 몇십배 몇백배에 달한다 하더라도 방위비를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혈안이 돼있는게 우리 국방부와 방위산업계의 현실이라면 북의 위협을 막아낼 도리는 없는 것이다. '방산비리=이적행위'가 될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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