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정책기획부 이현석

1953년에 만들어진 흑백영화‘로마의 휴일’은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전 세계인을 로마로 안내하고 있다. 스페인광장 계단에 서서 오드리 햅번(앤 공주 역)이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은 지금 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트레비 분수와 진실의 입은 비록 초라해 보이지만 필수 방문 코스가 되어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쩌면‘로마의 휴일’이 수천 년의 유구한 로마의 역사보다 더 강력하게 사람들을 로마로 이끌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해 유명 관광지가 된 사례는 많다. 뉴욕의 뒷골목 카페는 비싼 물가와 좋지 않은 치안에도 미국드라마‘섹스 앤 더 시티’ 덕분에 유명한 관광명소로 변모 했다. 국내 유명 여행지가 된 남이섬도 ‘겨울연가’의 향기가 남아 있어 여전히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고 있다. 모로코 왕국의 대서양 연안에 있는 항만도시 카사블랑카는 영화‘카사블랑카’에 심지어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유명세를 탔다. 

이처럼 콘텐츠는 관광산업에 힘을 보태 준다. 성공한 콘텐츠에 노출된 장소일수록 인지도는 상승하고 관광객들이 찾는 것이다. 실례로 서울에서 촬영한 태국 영화‘헬로 스트레인저’가 태국에서 상영되고 난 후에 방한 태국인 관광객 수가 40% 급증했다고 한다.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의 10% 정도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영향으로 여행지를 선택했다고 하니 콘텐츠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꽤 커 보인다.  

- 인구 400만 명의 뉴질랜드는‘반지의 제왕’ 개봉 직후 38억 달러에 이르는 관광수입을 올렸다. -
무엇이 그 지역을 찾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만들었을까? 바로 스토리다. ‘로마의 휴일’은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펙의 추억을 로마에 스며들게 하였고,‘섹스 앤 더 시티’와 ‘겨울연가’는 각각 뉴욕 뒷골목과 남이섬에 로맨틱한 스토리를 입혀 주었다. 스토리가 바로 효과적인 도시마케팅 수단인 것이다. 

고양시 관광산업도 스토리에 기대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양시는 로마의 수천 년 역사와 유적, 뉴질랜드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 않기에  국내외 영화·드라마 로케이션 지원에 공을 들여왔다. 많은 고양시 로케이션 드라마와 영화가 국내외에 방영되었고, 신한류홍보관을 운영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고양시에 스토리를 입혀주거나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조금 더 깊게 고민을 해야 한다. 그동안 쌓아 올린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양시의 독특함을 콘텐츠에 담아 스토리로 풀어 간다면, ‘로마의 휴일’처럼 매력적이고 생명력이 긴 콘텐츠로 고양시에 스토리를 새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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