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빔밥


                                                  김선태


임종을 앞둔 아버지께
서쪽 창가에다 마지막 밥상을 차려 드렸다

흰 뭉게구름 쌀밥 위에
붉은 고추장 하늘과 달걀노른자 해를 얹어
화려하게 비벼놓은 노을 비빔밥

아버지는 눈으로 맛있게 드시고
황홀하게 목숨을 삼키셨다

자식들도 눈물을 섞어
골고루 나눠 먹었다

 
 

김선태 1993년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늘의 깊이' '살구꽃이 돌아왔다' '햇살 택배'등. 문학평론집 '풍경과 성찰의 언어' '진정성의 시학' 등. 시작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등 수상. 현재 목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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