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김명석

고향 하면
시냇물 소리가 수면을 뜯으며 연주되고
산기슭의 풀 내와 익어가는 밭 내가 어우러진 내음이 풍기고
아침이면 맑은 햇살이 잠을 깨우고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과 환한 달빛이 꿈꾸게 하고
사계의 붓끝으로 자연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정경이
연상되어야 하는데

내 고향은
고향이라고 하기 무색하게
차 소리와 소음이 리듬을 깨뜨리고
매연과 악취가 공기를 썩히고
허공을 허문 고층 아파트와 마천루가 빛을 삼켜
삭막하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 큰 둥근 달이 기와지붕에 내려앉는 산7번지나
소싯적 허름한 기와집에 햇볕이 내리쬐는 아현동 골목 동네나
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 때면 놀러 가던 소여물 냄새가 정겨운 이리 외갓집이나
선조의 고향인 순천을 
고향으로 삼곤 한다

날이 갈수록 도시화되는 고향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고향을 잃어 가는 실향민이다

                                            화가 김대원
                                            화가 김대원

김명석 서울 출생. 시인·소설가. 기독교문예 단편소설 및 시 부문 신인문학상. 미래시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현대계간문학 단편소설 부문 신인문학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바지랑대 자모’ ‘동행길’ ‘생의 언저리에서’, 장편소설 ‘반달’ ‘후회 없이 돌이키지 않게’ ‘밀레니엄 그 후’,  단편소설집 ‘호루라기’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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