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방식
                                         

                                        황병숙

봄바람이 수런거리는 휴일 오후
우리 동네 공원 한가운데 서 있는 버드나무 
유록빛 가냘픈 팔을 바람에 흔들며
삼월이라 쓰고 있다 

코로나로 움츠린 겨울을 건너오느라 
고단한 어깨를 쓸어준다 

늦깎이 성장통을 앓는 나를 흔들며 
저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물처럼 
흘러가고 싶을지도 모를 버드나무는
약속이나 한 듯 물오른 팔을 뻗어 
산책하는 노인의 굽은 등을 타고 흐른다 
운동 나온 아주머니 어깨를 물들이고 
아장아장 걷는 아가의 두 발에 줄기를 뻗는다 

경칩 지나 물오른 저 버들가지가 
청둥오리와 물닭이 노니는 호숫가에 첨벙 뛰어들어 
삼월 햇살에 나른해진 내게도 흘러넘친다

가끔은 약속도 없이  
버드나무에 흐르는 바람을 만난다 
비로소 너를 만나고 나의 봄이 시작되었다

황병숙 1972년, 철원 출생. 2017년 열린시학 한국동시조 등단, 2021년 시조시학 등단. 2017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장려상, 자랑스러운 수원문학인상, 2020년 전국 시조백일장 최우수상, 2021년 문경 시노래 공모전 시조장원,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시조시학, 시산맥, 작가들의 숨, 수원문인협회 회원, 수원문학 창작지원금. 시집 '숨길 수 없는 사랑'  동시조집 '햇살이 말랑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