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업소 리모델링 '기억공간 잇-다' 조성
자문 위원단 구성 공간활용 방안 모색 등
준비 과정 거쳐 5월 이후 개관 예정

[일간경기=김희열 기자] 지난해 5월 자진폐쇄되며 60년 어두운 역사를 마감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자진폐쇄되며 60년 어두운 역사를 마감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지난해 5월 자진폐쇄되며 60년 어두운 역사를 마감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수원시는 지난해 수원역성매매집결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폭 6m, 길이 163m 규모 소방도로를 개설했다. 그리고 도로 개설구간 내 잔여지에 있던 성매매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기억공간 잇-다’를 조성했다. 잇-다와 가까운 곳에,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정원 2곳(총 433㎡)도 조성했다. 

54.38㎡ 넓이 단층 건물인 기억공간 잇-다에는 전시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건물 앞 쪽에는 ‘변화된 모습으로 돌아온 골목길, 과거의 미래의 연결고리가 되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수원시는 2월 구성된 ‘기억공간 잇-다 자문위원단’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잇-다의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문위원단 위원은 이미경 수원시의회 복지안전위원장, 김웅진 매산동주민자치위원장, 정선영 ‘성매매 피해자 현장상담소 돋움’ 소장, 수원시 도시디자인단 직원 등이다.

‘기억공간 잇-다’라는 이름은 자문위원단이 선정했다. 60여 년 동안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 장소였던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를 시민들과 이어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5월 자진폐쇄되며 60년 어두운 역사를 마감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지난해 5월 자진폐쇄되며 60년 어두운 역사를 마감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자문위원단은 지난 3월 24일 잇-다에서 두 번째 회의를 열고, 공간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자문위원단은 잇-다에 상설 전시될 콘텐츠는 성매매집결지가 있던 공간의 역사적 정체성을 내포하면서 밝은 미래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잇-다’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거(수원역성매매집결지)와 현재를 잇는 공간의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 잇-다의 공간 운영·활용 방안은 규정하지 말고, 공간 주변이 확장되는 것을 고려해 그에 맞춰 만들어가기로 했다.

수원시는 전시 공간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쳐 5월 이후 잇-다를 개관할 계획이다.

‘기억공간 잇-다’와 녹지 공간 조성은 60여 년 동안 세상과 단절돼 있던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 일원이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자진폐쇄되며 60년 어두운 역사를 마감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지난해 5월 자진폐쇄되며 60년 어두운 역사를 마감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수원역성매매집결지 내 모든 성매매업소는 2021년 5월 31일 밤 자진 폐쇄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성매매집결지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3곳 남은, 자물쇠가 채워진 ‘유리방’이 그곳에 성매매집결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유리에는 “본 업소는 은하수 마을 발전을 위해 자진폐쇄 했다”는 글씨가 적힌 빛바랜 홍보물이 붙어있었다. 불과 1년 3개월 전인 2020년 12월 수원역성매매집결지 내 유리방은 113개에 달했다.

거리 곳곳에 ‘임대 문의’라는 홍보물이 붙어있는 신축 건물이 잇달아 들어섰고, 공사를 진행 중인 건물도 여럿이다. 잇-다 바로 맞은 편에도 3층 건물이 건립되고 있다.

수원시가 지난해 개설한 폭 6m, 길이 163m 규모 소방도로에는 차량이 원활하게 통행하고 있다. 소방도로 개설 전 성매매집결지 내 도로 폭은 2m 내외에 불과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다. 화재와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수원시는 현재 2단계 도로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3년 12월까지 구 성매매집결지 내에 폭 6m, 길이 50m 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 곳곳에 엘이디(LED) 가로등과 방범·불법 주정차 단속 겸용 CCTV를 설치해 민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밝은 거리로 만들었다. 화재 등 재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 체계도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26일에는 1999년 7월에 지정됐던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 22년 만에 해제돼 청소년도 다닐 수 있는 거리가 됐다.

수원시는 올해 ‘수원역 역세권 미래비전 및 발전구상 용역’을 추진해 매산로1가 일원의 역세권 기능 강화 방안, 주변 지역과 연계한 장기 발전 방안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억공간 잇-다는 과거를 기억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를 산뜻하게 정비해 시민들에게 언제든지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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