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어 세월호 참사 이후 있을 수 있는 경기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초점은 경기를 부양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업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데 맞춰져 있다. 정부는 우선 재정의 조기집행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2분기 재정 집행 규모를 확대해 상반기 집행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7조8천억 원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상반기 재정 집행률은 55%에서 57%로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집행률이 2%포인트 확대되면 2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 계약 취소 등으로 영업에 차질이 있었던 여행ㆍ운송ㆍ숙박 업종 등에 대해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을 동원해 저금리로 운영자금을 융자해주고, 사업체가 신청하면 세금 납부 기한을 9개월까지 연장해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남 진도군과 경기 안산시 등 피해 지역의 어민과 영세사업자들을 위해서도 세제 지원을 하고,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우선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세에도 내수 부문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소비 및 서비스업의 활동이 크게 위축돼 자칫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경기대책은 재정을 조기집행하는 것으로 압축됐고, 나머지 대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업종과 피해 지역을 지원하는 미세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이번 대책은 시의적절하며 그 규모도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초대형 재난이나 사고가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소비가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 둔화가 뚜렷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내수 활성화는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였다. 우리 경제는 지난 1.4분기 3.9%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소비 증가는 둔화했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외환보유액은 4월 말 현재 3천558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연속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출기업,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내수가 중심인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혹독한 불경기에 시달리는 양극화가 지속하고 있다. 특히 1천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소득이 늘지 않아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는 긴축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 여부는 내수 회복에 달렸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단기 대책 이외에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공기관 개혁, 규제개혁 등 핵심 경제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가 가계에까지 번지도록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계와 영세 자영업자의 상황을 개선하려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을 확실하게 살리고, 가계 소득이 증가할 수 있도록 고용을 활성화하고, 근로 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임금을 올리도록 독려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침체 국면을 지나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질 만한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서민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옳은 진단이다. 정부는 내수 중심의, 서민 중심의 창조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들을 내놓고, 추진해 경기 회복의 온기가 방방곡곡에 퍼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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