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멧새

                             

                        김재자

색 바랜 잔디밭으로
햇살이 촘촘히 내려앉았다

검은머리멧새
낙엽 떨어진 벚나무에 걸터앉아 있다

세차게 불어오는
겨울바람에도 눈빛초롱하다

살아오는 동안 저 새는 
몇 개의 우주를 만들었으며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을 쌓아 놓았을까

세상의 소문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의혹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지금
미완의 숙제들이 머릿속에서 춤을 춘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검은머리 멧새 
내년 봄을 위해 동안거 준비 중이다.

사진 조성근.
사진 조성근.

 

 

 

 

 

김재자 1956년 경기화성 출생. 시집 ‘말 못하는 새’로 작품 활동. 경기신문 등 일간지에 새 시리즈 발표.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행정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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