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들
최서림
세상 바깥이
세상 안보다 넓고 크지만
세상 안에서 미워하며 용서하며
아웅다웅 살고 싶다.
오동나무같이 나이 들어갈수록
속을 점점 더 둥글게 비우고,
그 옛날 바보현자들처럼
귀를 활짝 열 수 있을 때까지,
계곡물, 바람, 돌멩이들의 속삭이는 소리도
용서하기엔 내 능력 밖인 사람들의 신음소리도
느껴 들을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내며 살아보고 싶다.
가난한 마음들 속엔
이미 세상 바깥이 들어와 있다.
최서림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버들치' '시인의 재산' '사람의 향기' 등이 있음.